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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Jul 17. 2017

사실적 관찰자시점

서울택시의 시점으로 본 5.18

사실적 관찰자시점

글을 쓰기에 앞서 사실적 관찰자시점이라는 나만의 용어를 해설한다. 흔히 전지적 관찰자시점이 작품 속 캐릭터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고 그의 속내까지 꿰뚫어보는 것이라면 사실적 관찰자시점은 사건의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실화를 배경으로 영화적 요소 그러니까 극적인 반전이나 억지스러운 감성포인트를 만들지 않는 영화를 나는 사실적 관찰자시점이라고 말한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항쟁 속의 인물들을 다룬 영화 <화려한휴가>, <26년>처럼 가상인물들과의 공감을 통해 영화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제3자들의 눈을 통해 사건을 그리고 있기에 보다 더 사실적 관찰자시점에 가까웠다.


택시운전사의 관점으로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어보거나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역사영화나 역사소설에는 관심이 많다. 이순신을 다룬 <칼의 노래>나 <명량>을 비교하며 보길 좋아했고, 앞서 언급한 5.18 영화를 비롯한 독재정권을 다룬 영화 그리고 <연평해전>, <국제시장> 같은 영화는 무조건 챙겨본다.

그런데 이번 <택시운전사>에선 그들보다 더 재미있던 점이 있다.

  바로, '택시운전사'의 시점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 택시운전사라는 점이 무엇이 재미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택시운전사 만큼이나 '우리'이고 동시에 '타자'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만나자마자 오래 알던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그러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헤어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들이 바로 택시운전사다. 그렇기에 택시운전사의 눈으로 본다는 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고, '너희'의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작중의 택시운전사는 서울에서 광주까지 장거리 운전을 떠났던 택시운전사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기에 친해지기도 쉽지만 또 정든 순간 이별하게 되는 운명인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영화는 이런 요소를 이용해 재미있는 상황들을 설정해가는데 나는 그 부분들이 아주 재미있었다.(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런', '그런'으로 대체)


속편이 있었으면 한다

보통 어두운 역사를 다룬 작품에는 속편이 없다. 이순신, 세종대왕처럼 화려한 삶들은 1과 2를 나눠 보여주어도 여전히 재미있지만 독립운동가, 일제강점기 같은 상황은 극적인 상황이 해결된 이후의 재미요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립운동 당시의 의열단은 멋지지만 이후의 의열단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테니 말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이 영화에서 극중 인물들의 '사건 이후'를 말하지 않는다. 동시이 누구도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극중에 등장한 엑스트라들의 뒷이야기는 궁금하지 않다. 어차피 내가 아는대로 평범하게 살아갔을 것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의 속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 속편의 배경은 광주가 아닌 안산, 광화문 등 다른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면 좋겠다. 그 사건들의 변두리엔 항상 택시운전사가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모든 것을 지켜봤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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