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가을의 색감
날도 좋고 빛도 좋고 님도 좋아서 경복궁엘 다녀왔다.
궁에 들어서자 마자 내 여자 맘을 뺏어간 세자놈.
사진기를 보자마자 요론 표정으로 귀여움을 발산하는데 심장에 패왕색 패기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빠파!인지 파빠!인지 아부지를 부르며 달려가다가 팬심을 감지했는지 뒤돌아서 씩 한 번 웃어주고 갔다.(아쉽게도 웃는 순간을 놓침. 누나들 상상에 맞김.)
여기는 경회루의 뒤뜰(?) 청와대로 가는 길과 향원정으로 가는 길 사이에 있는 넓찍한 공터에 외국인 프렌즈 두 명이 사이좋게 누워 낮잠을 잔다. 남자들끼리 다리를 베고 누운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서 훔쳤다.
꽃다발을 사준다 하면 막아서면서 길에서 주운 꽃잎 하나, 나뭇잎 한 장은 이렇게나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4가지 색이 조화를 이룬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 4가지 색을 좋아하는 건 가을의 영향인 것 같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노란잎이 풍성했을텐데 하고 아쉬워하면서도 발아래서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는 또 좋다. 둘 다 갖고 싶은 건 욕심이겠지?
봄은 핑크 여름은 초록인데
가을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다 예쁘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제 몸의 이파리들을 털어낸다. 어찌보면 안간힘을 쓰느라 얼굴이 뻘개진 사람과 같은 상황인데 우리가 보기엔 이렇게 예쁘다.
생그러움은 가을의 몫이 아닌데도 떨어진 잎사귀에 쏟아지는 빛은 죽어가는 잎에 생명을 넣더라.
오늘의 베스트샷
오늘의 심장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