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송내역
미세먼지니 황사니 대기오염에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이 싫은 요즘.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반가워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요 며칠 코를 간지럽히던 봄 꽃의 향기가 묻히고, 온전히 봄의 공기가 뿜어내는 냄새와 비의 습함이 코를 적셨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져서 큰 숨을 들이 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리곤 '비가 내리면 하늘이 맑아진다'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아, 먹구름이 가득 차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미세먼지가 불어오든 비가 내리든 하늘이 회색인 건 매 한가지인데 나는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잠깐 나의 바보 같음을 원망하고는 욕심의 방향을 '당장의 맑은 하늘'에서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면서 무지개 뜬 맑은 하늘'로 바꿨다.
봄비. 봄과 비. 내가 좋아하는 두가지 요소가 합쳐져서인지 단어 자체만 보아도 마음이 좋다. 하지만 실제로는 농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에게 봄비가 가져오는 결과는 조금 절망적이다. 일단 미세먼지와 황사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내리는 녀석들 때문에 세차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들에 얼룩이 생긴다. 이럴 경우 세차장은 횡재지만 대다수 차주들의 마음엔 비가 내린다. 여기까지는 차가 없는 내가 걱정할 요소는 아니라고 쳐도 봄꽃, 그 중에서도 벚꽃이 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봄비가 내림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가장 슬픈 일이다.
여의도의 벚꽃들을 모두 땅으로 떨구고 있을 봄비가 야속해서 오늘의 사진은 <봄비의 눈물>이라 이름을 붙인다.
2018. 04. 05. (수)
in 송내역
아그파 200
* 본 매거진은 <한 달 느린 필름사진집>입니다. 사진은 한 달 뒤에 올라옵니다.
* 한 달 전에 작성됐던 <한 달 느린 필름사진집>의 시즌 1은
이미 사진이 모두 입력되어 있습니다. 매거진에서 읽어보세요 :)
https://brunch.co.kr/magazine/month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