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남편의 자서전 +139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
어제와 그제
이틀 연속으로 유경이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저녁을 먹은 후
설거지도 하지 않았고
집안일을 돕기는 커녕
빈둥빈둥 뒹굴거리며
저녁을 흘려 보냈다.
아프다는 핑계에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핑계를 접목시키며
개망나니가 된 것이다.
첫째날에는
솔직히 죄책감이 적었다
죄책감을 느낄새도 없이
자유시간이 끝났으니까
하지만 둘째날은 달랐다.
유경이는 아무말 없이 내 어리광을 받아주지만
내 자신이 나에게 이런 말을 속삭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너 그정도로 힘든 거 아니잖아. 그리고 밖에서 힘든 걸 왜 안에서 풀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이 포인트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저 속삭임이
마음속에 들릴 때도 나는 생각했다
"아니야 나 힘들어~"
그렇게 나의 스트레스와
피로라는 부담을 온전히 유경이에게 전한 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조카 '윤후'의 영상을 봤다
2살 아기는 엄마에게 떼를 쓰기 위해
억지 눈물을 만들고는
작전이 성공했는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딱 내 모습 같았다
어젯밤엔 웃으며
영상에 댓글을 달고
유경이에게도 능청스레 보여줬지만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면서
머릿속에는 이런 결심이 스쳤다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