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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Jun 28. 2020

"이 글 어때?"
아내에게 일기를 보여주며 물었다

서툰남편의 자서전 D+569


이 글 어때?


아내에게 오늘 쓴 일기를 보여주며 물었다. 


아내는 언제나 그렇듯 말했다. 

"좋아~" 


그리고 언제나처럼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내는 글쓰기를 공부하지 않았다. 나처럼 취미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거나 카피라이터로 일해보지도 않았다. 아내는 전형적인 이과생으로 임상병리학을 공부하고, 현미경으로 미시세계의 병원을 찾아낸다. 그런데도 아내의 피드백은 제법 강력하다. 아니, 날카롭다. 뾰족하다. 그래, 길고 뾰족한 송곳으로 내 글의 아쉬운 부분을 콕 찔러준다.


오늘도 그랬다.


여기 이 부분 있잖아. 여기는 이렇게 묘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더 부드럽게 써도 되는데, 이렇게 쓰면 당신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 같잖아.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고집을 부렸다.

그 표현을 굳이 넣어야 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할 말을 다 했을 때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내의 말처럼 그 표현은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결국 나는 글을 고쳐썼다.(어차피 고쳐쓸거면 아내의 예리함을 칭찬하고 얼른 바꿀걸... 칭찬할 기회를 한 번 놓쳤다)



돌이켜보니 내 글은 부정적일 때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주로 화가나는 일이 있을 때 펜을 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글에 담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그것까지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주로 기쁜 일, 좋은 일, 감동적인 일이 있을 때 펜을 들어보기로.


아, 아내의 피드백이 왜 항상 강력했는지 알겠다. 

아내는 글쓰기를 공부하지 않았지만, 김광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내 글 속에서도 나를 읽고 있었다.




따뜻한 가슴을 지켜내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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