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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Jun 24. 2020

취미를 존중받는 남편이 되고 싶다면

서툰 남편의 자서전 D+565

<내가 존경스럽다는 친구로부터 고민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2020년 6월 20일. 오래전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하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는 고민이 생겼다며 나에게 대뜸 상담을 요청했다. "거의 1년 만에 연락 와서 고민상담이라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려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또한 방금 막 무기력증에 걸린 친구에게 양꼬치를 사 먹이며 위로를 마친 직후였기 때문에 괜히 극심한 피로도가 몰려왔다. 내 코가 석자인데 연이은 고민상담에 혹시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면 뭐라고 거절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지던 찰나, 친구의 한마디에 나의 마음은 활짝 열려버렸다.



"나는 네가 참 존경스러워"


내가 존경스럽다니... 그런 감언이설로 시작하면 돈을 빌려줄 울 알았냐? 훗 어림도 없지!

는커녕, 피로도와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친구를 위해 나의 모든(돈을 줄 순 없어도) 지혜와 지식과 감정을 나눌 준비태세를 갖췄다.


짜식 내가 뭐라고 존경까지 해? "어서 와~"




<친구의 고민과 의문>

그렇게 듣게 된 친구의 고민은 명확했다.

결혼을 고민 중인 여자 친구가 있는데, 내 취미생활을 싫어해. 여자 친구는 사랑하지만, 취미는 나의 일부잖아.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ㅠㅠ 근데 너는 결혼하고 취미 다 정리했잖아. 대단한 것 같아...


이야기를 듣다 보니 크게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 친구는 내가 왜 취미를 다 정리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둘째,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내가 존경스러운 걸까?


물론, 한편으로는 친구의 이런 생각들이 이해가 됐다. 

첫째, 이 친구는 나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던 친구였는데, 내가 아내와의 연애를 시작한 후로 친구를 만나는 횟수가 줄었으니 내가 취미를 정리했다고 생각했을 법했다. 

둘째, 여자 친구를 사랑하지만 취미를 포기할 수 없는 친구의 입장에선, 깔끔하게 취미를 정리하고 여자 친구를 사랑하는 내 모습이 퍽 존경스러웠나 보다.




<나의 취미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나는 취미를 정리하기는커녕 당시 취미보다 더 많은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다. 요즘 내가 즐기는 취미가 너무 많아서, 다 적는 건 오버인 것 같고 그중 가장 빠져 있는 취미 10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진 찍기

2. 러닝

3. 책 읽기

4. 콘텐츠 시청

5. 여행

6. 예쁜 카페 찾기

7. 글쓰기

8. 크리에이터 클럽

9. 요리

10.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심지어 이 중 사진 찍기는 지난해부터 나의 직업이 되었는데, 아내는 결혼 2년 차, 31세의 나이에 내가 갑자기 웨딩 스냅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응원의 목소리를 내주었다.


잠깐 딴 길로 새면 내 지인 중엔 내 취미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듣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너 '취미'가 뭔지 모르는 거 아냐?
취미는 보통 1~2개만 말해야지 ㅋㅋ

그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무슨 취미냐?


음...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댓글로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 여러 개라고 해서,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듯 나는 이 모든 것을 즐기기 때문에 이것들이 모두 나의 취미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상한 것인지,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인지 다양한 견해를 들어보고 싶다.





<친구와 나의 차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친구의 기대와 달리 나는 취미생활을 지속하고 있고, 오히려 아내는 내가 취미생활을 시작할 때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묻는다. 

오~ 오늘은 놀이는 그거로 정한 거야?



혹시, 오해할까 봐 다시 한번 말하면 '여자의 언어'로 비꼬아 묻는 게 아니라 나의 취미생활을 독려하는 눈빛과 함께 물어본다. 뿐만 아니라 아내는 결혼 이후 나의 취미생활을 함께 즐겨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취미가 많은 프로취미러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가 즐겨하는 취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가 함께해줄 때의 행복을 말이다.


최근 나의 취미인 '사진'을 함께 즐기기 시작한 아내 :)


그러니 친구가 만약 나를 존경한다면, 존경해야 할 부분은 '아내를 위해 취미를 포기하는 용기'가 아니라, '취미를 마음껏 즐기면서도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다.




친구의 오해에 대한 정리는 여기까지 하고.

그렇다면 나는 친구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평소대로라면 그냥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를 응원하며 그쳤을 것이지만 이 문제만큼은 그렇게 넘길 수 없다. 단순한 응원과 위로로 인해 친구가 오해를 거듭한다면 친구는 여자 친구나 취미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보낼 답변을 정리했다.


A야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생각을 전할게



이후 내용은 친구에게 쓰는 말투로 남기기엔 욕도 좀 있고, 오글거리는 내용도 좀 있으니 정리해서 서술하겠다.


우선 착각할까 봐 말한다. 나는 결혼하면서 취미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와 함께 취미를 공유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여자 친구가 너의 취미를 반대하고, 거부한다면 우선 너의 태도를 돌아보길 바란다. 취미를 즐길 때 = 여자 친구에게 소홀해도 되는 때는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할 땐 연인에게 소홀하려는 습관을 보인다. 그러니 연인이 취미를 자신의 '라이벌'로 인지하는 것이다.

그건 둘 중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사소한 습관이 만들어낸 오해일 뿐. 하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하다. 취미보다는 '사랑'이다. 취미를 존중받고 싶다면 우선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홀하지 말자. 그 또는 그녀에게 집중하는 끈을 놓지 말자. 24시간 긴장하라는 건 아니다. 취미에 너무 빠진 나머지 연락이 두절되거나, 상대방을 외롭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네가 좋아하는 낚시를 예로 들면, 낚시터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공유하고 물고기를 잡았을 땐 자랑을, 허탕을 쳤을 땐 위로 요청을 하면서 취미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자. 

게임을 할 때는 게임 중간에 전화 한 통 먼저 걸어주는 센스만 발휘한다면, 게임에서 져서 슬프다, 이겨서 기쁘다 따위의 감정표현에도 여자 친구는 공감과 응원, 위로, 축하의 화답을 보내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취미러들은 이런 걸 못해서 자신의 취미를 포기하게 되거나, 연인과의 불화를 만든다. 너는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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