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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Aug 09. 2016

그녀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덕혜옹주의 고향집 앞마당 산책

무더위에 힘겨워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 덕혜옹를 보고 왔다. 소설로 볼 때의 감동보다는 영화감독의 연출로 인한 '먹먹함'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먹먹함을 안겨드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이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앨범을 펼쳤다. 나의 브런치 구독자이자 애독자이고, 가장 열성적인 팬이신 부모님께 이 글을 드린다.



계절

사진은  <>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중화문과 중화전이다. 덕혜옹주가 이 문 너머의 중화전에 들어설 때마다 이 사진을 찍었던 봄날이 생각났다. 그땐 여름이었어서 영화 속에서 덕혜옹주가 그리워했던 단풍나무의 빛깔을 보지 못했는데, 올가을에 다시 찾아가 단풍을 봐야겠다.


<중화문> /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중화

중화전과 중화문에 사용된 '중화(中和)'는 '중심을 지키고 화합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이나 귀족 가문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지켜 정치한다는 뜻이 될 수 있고, 외부적으로는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등 당시 열강으로부터 지켜나간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어떤 의도였는지는 기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석조전과 분수대> /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산책

덕수궁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다른 고궁과 달리 거의 모든 날에 밤 산책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에 지어지고, 가장 좁고, 석조식 건물이기 때문에 훼손위험도가 낮고, 서울 시청 옆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덕분인 것 같다.


<정관헌> /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정관헌

덕수궁의 야경을 보고 있으면, 다른 고궁이 뿜는 화려한 빛깔과 달리 잔잔하고 단아하다. 특히, 대한제국 시절 귀빈을 접대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연회를 할 때 사용되었던 정관헌은 '연회장'다운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져서 더 매력적이다.

덕수궁데이트를 즐기던 커플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곤 하는데, 여자친구를 찍어주는 남자친구들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측광과 플레시 사용을 잘 해야 한다. 잘못하면 눈과 치아만 나와서 여자친구에게 등짝을 맞을 수 있다.




석조전

덕수궁의 가장 큰 매력은 밝은 회색인 석조전이 푸른 하늘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청명한 하늘에 흰 구름 하나와 석조전이 있으면 사진을 아무리 못 찍는 사람이라도, 사진기가 스마트폰 카메라일지라도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덕수궁 석조전은 예약을 통해 내부 출입이 가능한 건물이니 여유로운 일정이라면 예약을 하고 가길 추천한다.)


<석조전과 하늘> /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석조전은 동관과 서관 혹은 본관과 측관으로 분리되지만, 서관(측관)인 박물관 건물은 1937년에 일제에 의해 별도로 건축된 건축물이다. 그래서 나는 본관만 '덕수궁 석조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본관인 석조전은 1900년부터 영국인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1910년에 완공되었다.


<석조전> /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덕수

덕수궁은 본래 경운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 1907년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한 뒤 이곳에 살면서부터 고종의 장수를 빈다는 뜻의 '덕수궁(德壽宮)'으로 바뀌었다. <덕혜옹주>의 주인공인 덕혜옹주는 1912년생으로, 이름이 덕수궁으로 바뀌고 난 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덕수궁'으로 나온다.


<덕수궁미술관의 기둥> /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덕수궁미술관

덕수궁 석조전 옆에 지어진 측관(서관)의 기둥이다. 1937년에 지어진 건물로 대한제국의 역사와는 관계가 없다. 당시에는 이왕직박물관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의 모든 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이왕직박물관

이왕직박물관은 '황족'에서 '왕가'로 강등된 대한제국 황족일가의 물품과 기록물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일제가 만들고 관리했었다.


<덕수궁 웨딩> 김광석 / Canon EOS 550D / EF 18-55mm


웨딩

<>에서 덕혜옹주와 장한이 함께 서 있을 때마다 생각나던 사진이다.


석조전은 웨딩촬영의 명소인 석조전에선 흔한 풍경이다. 항상 사람이 붐비는 다른 궁과 달리 한적한 덕분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아 웨딩촬영의 명소가 됐다. 이날은 우연히 혼자 출사를 갔다가 웨딩촬영중인 신부의 한복 색감이 너무 맘에 들어 한 컷 담았다. 주인이 나타나면 선물하고 싶은데, 이 글을 읽고 찾아왔으면 좋겠다.




여행은 가까이에 있다. in 덕수궁

나는 고궁에 갈 때 날짜나 계획을 거나 누군가와 함께 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가고 싶었고, 마침 발길이 가깝고,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어서 방문했다. 그렇게 4대 고궁을 모두 들렀다.


무계획적으로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난 이야기꾼(해설사, 가이드 등)들의 고궁스토리를 들어보면 아주 재미있다. 마치 게임 속 NPC들이 스토리를 재미나게 설명해주듯 고궁의 역사적 사건부터 인물들의 비공식적 에피소드까지 그 이야기보따리를 듣고 있으면 하루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꼭 이야기꾼의 이야기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한복을 입고 방문하여 셔터를 양껏 누른 다음 휙 나오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이들에겐 시간이 금이니 이야기를 다 듣고 있을 수 없을 거다.

이들에겐 사진을 찍는 틈틈이 안내판에 적힌 이야기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각 궁에 얽히고설킨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이야기를 통해 궁을 집으로 살던 인물들의  드라마틱 스토리도 발견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뭐 하는 곳'인지 알고 찍을 수 있다.

알고 찍은 사진과 모르고 찍은 사진은 확실히 다르다. (적어도 잠을 자던 목적의 '침전' 앞에서 친구의 다리 사이에 삼각대를 넣고 주리를 트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망신은 방지할 수 있다)




<>를 보고 이 글을 쓰면서 나에겐 그저 역사의 기록, 건축물, 피사체 따위였던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 실감했다. 이를 모르고 가볍게 눌렀던 셔터가 미안하지만 글을 신중히 썼으니 용서해 달라고 변명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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