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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국의시니 Sep 14. 2021

어쩌다 외국인과 결혼을 해서

어서 와,일본 생활은처음이지?







잠시 한국에 들어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4개월 만에 남편을 만났다. 낯선 일본에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내가 그동안 꾸려온 모든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리소스들이 리셋되었음을 의미한다.


오랜만에 재회한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그리웠노라 속삭이던 로맨틱한 순간은 이내 드리운 일상의 그림자에 자취를 감추었다. 5 만에 본국에 돌아온 남편과 일본 생활은 처음인 나는 각자 생존 모드에 돌입하여 나날이 두터워지는 전우애에 정신  차리게 행복하다. 하하하.


팬데믹 상황에 배우자 비자(visa) 조차도 어렵게 받아서 오게 된 일본의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에는 남편이 있고, 남편의 가족이 있고, 남편의 친구들이 있고, 그리고 또.. 그래, 지역 특산물인 사과도 많더라. 일본말도 할 줄 모르는데 대도시에서 컴퓨터 자판 두들기고 마우스 딸깍거리는 일만 해온 내가 광활한 논밭이 펼쳐져있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 신호만 잡히면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외국생활 7년의 내공으로 남편 의지 안 하고도 어디서든 입에 풀칠은 하는 프로 이방인으로 거듭나는 은혜를 입었다.


어쩌다 나는 외국인과 결혼을 해서 이렇게 변수가 많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한탄스럽다가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로 돌아간다 해도 태어난 곳에 평생 살면서 주변에 있는 적당한 누군가와 결혼을 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삶의 방식을 선택했을 것 같지는 않다. 20대의 나는 불확실하지만 흥미로운 것에 기꺼이 스스로를 내던졌고, 낯선 언어로 낯선 것을 배우고, 먹고, 만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결국 이 낯선 곳에 나를 데려다 놓은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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