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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국의시니 Oct 17. 2021

이방인이지만 괜찮아

살아 온 자취들이 나를 정의하는거니까






한국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맘대로 못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놓치고 살고 있지 않냐는 말을 가끔 듣는다. 뭐, 맞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람을 꼭 직접 대면해야 하는 일이거나 모국어로만 할 수 있는 깊은 이야기들이 어려운 경우가 왕왕 있으니 아무래도 잡을 수 있는 기회에 한계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환경은 생존 본능을 들쑤신다. 천적들이 우글거리는 늪지에 사는 펄떡거리는 자연산 물고기처럼.


내가 욕심도 많고 제법 부지런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는 줄 누가 알았을까. 매일 조금씩 한걸음이라도 내딛지 않으면 늪으로 빨려 들고 마는 삶이기에, 아무도 나에게 손을 뻗어 구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태도도 변해갔던 것 같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나 곁에 있는 남편도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지만, 그 응원이 내 미래를 실질적으로 책임져준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부모님은 내가 부양해야 할 대상이고, 남편은 같은 처지에 놓인 이인삼각 파트너일 뿐이니까.


남편을 따라 머나먼 타향까지 왔으므로 응당 아낌없는 금전적 지원을 받으며 편히 사는, 소위 '사랑받는 와이프' 콘셉트로 살 팔자는 이번 생엔 틀린 것 같다. 오기는 남편 때문에 온 거지만 그 와 별개로 인생은 계속되고, 독립적이지 못하면 수많은 선택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긴다. 그리고 나는 그걸 갖고 사는 게 인생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않으면 언제까지나 남편에게 보상을 구하는 종속된 삶일 수밖에 없을테니까. 일본이든 한국이든 사는 곳 따위는 상관없다. 어디에 있건 스스로 성취해내고 원하는 선택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인생이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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