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드 아니고 욀! 란드입니다. 그래서 그게 어딘데요?
- 나 욀란드로 갈 거야.
- 음? 올랜드 좋지~ 이번 휴가는 플로리다 고고?
- 아니, 스웨덴. 텍스타일을 공부하러 가볼까 해.
- ?!!!
당시 나는 IT업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였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밤까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생활을 7여 년쯤 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스웨덴으로 훌쩍 떠났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스웨덴 동쪽에 위치한 섬 욀란드의 카펠라고든이라는 수공예 학교에서 텍스타일을 배운 이야기이다.
세상에, 올도 아니고 왈도 아니고 '욀'로 시작하는 이름이라니, 정말로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조금씩 욀란드를 아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지만 내가 입학했던 때만 해도 정보도 없고 말 그대로 거의 미지의 세계였다.
욀란드에 가기 전 나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도쿄의 번화한 시부야 한복판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나름 촉망받는 직원에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을 하는 바쁜 주중을 보내고 나면, 주말엔 그에 질세라 더욱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루는 지유가오카의 작은 직조 공방으로, 또 하루는 기차를 타고 두 시간은 걸리는 마을의 쪽염색 스튜디오로.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으로는 손이 근질근질했을 것이다.
왜 하필 텍스타일이냐 물어보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림 그리는 건 좀이 쑤셔서 잘 못하겠고, 도예도 몇 번 해봤으나 별로 끌리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직조 원데이 클래스를 듣게 됐는데 직조기 세팅부터 너무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곧 섬유예술이라는 분야도 알게 되고 텍스타일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주말에는 그렇게 텍스타일 취미생 학도(?)로 생활하게 되었다. 특히나 좋아했던 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예술 섹션에서 다양한 책들을 넘겨보던 시간들이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 우연한 기회도 오는 법, 누군가에게 스웨덴의 수공예 학교에 대해 듣게 되었다. 전공생이 아니어도 되고, 시골에서 친구들과 공동체처럼 어울려 지내며 각자 예술 활동을 하는 곳. 그러면서 다양한 아티스트들도 배출한 곳.
아,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
이상한 끌림에 그 때부터 카펠라고든에 대해 물심양면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표를 던지고 나온건 그로부터 일 년 후. 물론 그동안 학교에 연락도 해보고 다른 대안도 찾아보고, 포트폴리오도 보내고 인터뷰도 하며 착실히 준비를 한 후 합격통지서까지 받아낸 후였다. 그리고 그 해 8월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펠라고든이 있는 Vickleby라는 동네는 하루에 버스 단 5대, 마트에 가려면 배낭을 둘러메고 자전거로 왕복 20km를 달려야 하는 곳이었다. 기숙사 대부분은 와이파이가 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일 년을 보냈고, 그 경험을 풀어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