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바구니로 만든 소동

1분 동화 별빛 동화 : 열여덟 번째 이야기

작은 핑계로 만든 난리는 어느 정도일까?


달빛이 강 위를 반짝이며 흘러가던 밤, 나는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달빛열매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한입만… 아니, 잠깐만 냄새만 맡아볼까?”


요즘 더위가 심해 도토리를 찾기 힘들었다. 허기가 지자 손이 저절로 열매 쪽으로 뻗었다.

차가운 껍질이 손끝에 닿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그냥 돌려놓으면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번졌다.

하지만 가슴은 쿵쾅쿵쾅, 북처럼 울렸다.


달빛열매 한 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데, 발이 갑자기 미끄러졌다.

바구니는 강둑 아래로 굴러가다 풍덩! 강 건너 숲가에 걸려 멈췄다.


“내일 아침에 몰래 가져오면 아무도 모르겠지.”


그 순간, 머릿속에 작은 경고등이 깜빡였다. 혹시 누가 보면 어쩌지?

망설이다가, ‘조금만 있다가 가져오자’ 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숲마을이 술렁였다.

“달빛열매 한 바구니가 사라졌어!”

다람쥐 장군이 번뜩이는 눈으로 말했다.

“강 건너 녀석들 짓이 틀림없다!”

토끼 아주머니가 거들었다.

“그럼 그렇지, 원래 걔네는 물만큼 마음도 미끄럽다니까.”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두드렸다가 툭, 하고 떨어지는 듯했다.

입을 열고 싶었지만 목이 바짝 막혔다.

지금 말하면… 모두 나를 미워하겠지. 평생 ‘열매 도둑’이라고 불릴 거야.


강 건너 왕국에서도 수달 장군이 소리쳤다.

“우리가 훔쳤다고? 웃기는군! 오히려 어젯밤 우리 열매도 줄었어!”

그 말에 강 건너 주민들이 웅성거렸다.

“맞아 맞아! 밤마다 쥐들이 몰래 기어들어온다니까!”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니, 난 열매 한 바구니만 건드렸을 뿐인데… 왜 이렇게 커지는 거지?


그때 깨달았다. 저쪽도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아마 누군가의 실수를 감추려는 거겠지.

양쪽의 의심은 불길처럼 번졌다.


결국 두 왕국은 무기를 챙겼다.

숲마을은 화살을, 강 건너 마을은 물대포를 준비했다.

나는 매일 밤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그 바구니가 강둑을 굴러가는 소리가 쉼 없이 맴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 준비가 끝난 날.

양쪽 군대가 강가에서 마주 보고 있다. 화살 끝이 날카롭게 빛나고, 물대포 속 물이 긴장한 듯 일렁였다.

장군의 목소리가 울렸다.

“발사 준비!”


그 순간, 내 발이 저절로 앞으로 나갔다.

가슴은 북처럼 쿵쾅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잠깐만요!”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목이 타들어갔지만 나는 말했다.

“사라진 열매… 사실은 제가 옮긴 거예요. 훔친 건 아니고, 냄새가 좋아서 잠깐 가져갔다가 강둑에 두고 왔어요. 미안해요.”

다리가 후들거려 금세 주저앉을 것 같았다.


갑자기 청설모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요! 제가 너무 배고파서 바구니를 가져갔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전쟁은 안 돼요. 전쟁은 모두를 아프게 해요!”

청설모가 울음을 터뜨리자, 두더지와 너구리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저도 잘못했어요…” “저도요…”


그러자 강 건너의 오리 대장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 우리도 거짓말을 했소. 사실은 어제 새끼 오리가 실수로 우리 열매를 강 너머로 떨어뜨렸소.”


순간, 강 위를 덮고 있던 적막이 천천히 풀렸다.

비버 왕이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 우리가 뭐 하자는 거였나?”

숲마을 여왕이 화살을 내리며 말했다.

“전쟁 대신, 오늘은 강가에서 열매를 함께 나누자."


그날 밤, 강가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달빛열매의 향이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다음에 잘못을 하더라도, 숨기지 않고 바로 말하자. 그게 진짜 용기니까." 나의 마음이 단단해진 거 같다.



사과하면 바보인가요?


요즘 주변을 보면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핑계, 어떻게든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태도가 당연시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열매 바구니로 만든 소동>은 작은 잘못이 핑계와 거짓말로 커져 전쟁 직전까지 번진 사건을,

동물 왕국이라는 풍자적 무대 위에 유머와 긴장감을 담아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자기 합리화와 집단 이기심이 만드는 갈등을 되돌아보게 하고 싶습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가장 강한 힘입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