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년 공부해도 백수? 부모의 역할은?

프레임 리터러시 열일곱 번째 이야기

“5년 후 AGI가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

대학이 무너지고 직업이 사라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시대에, 자녀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한다.

더군다나 부모라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 기술은 매일 새로워지고, 오늘 배운 것이 내일은 낡은 지식이 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를 더 깊게 생각한다.


얼마 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미시간 공대 교수이자 고려대학교 석좌교수이신 조벽 교수님이 나와 30분가량 중요한 메시지를 남기셨다.


"16년을 공부해도 백수가 되는 한국의 진짜문제는 무엇인가"

"학원 보내는 부모 아이를 가난하게 만든다"라는 섬뜩한 메시지를 남기셨다.


아이가 뒤처질까 봐 상위권 학원을 보내고자 엄마들은 줄을 서고 월급의 상당액이 아이 학원비로 빠져나간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의 메시지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주도적으로 살게 하라. 그리고 그 메시지 끝에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학교 졸업 전에 이미 CEO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CEO의 능력이란 남을 지휘하는 권한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과정을 설계하며, 실행해 내는 자기 주도성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삶의 주인공이 되는 힘이다.


AI가 지식을 대신 찾아주고, 계산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시대에 아이가 가져야 할 가장 큰 힘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끝없이 묻고, 탐구하고, 의심하는 과정 속에서만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이 능력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왜 그렇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 부모의 역할은 바로 이 질문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켜주는 것이다.

조 교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들이 감을 계속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여러 번 시도하고 부딪히면서 얻는 생생한 감각을 말한다. 실패해도 좋다. 작은 성취든, 예상치 못한 좌절이든, 그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낼 때 아이는 자기만의 감을 키워나간다.


부모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조급해하지 않고, 결과보다 경험 자체를 응원해야 한다. 통제와 지시가 아니라, 기다림과 신뢰가 필요한 이유다.


아이의 성장은 지식이나 성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친구와 부딪히며 배우는 배려, 가족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공감, 선생님과의 신뢰에서 얻는 자신감이 모두 정서적 성장을 이룬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는 힘은 관계 속 경험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정해진 길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마음을 다루는 힘을 배우고, 타인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지혜를 익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 교수님이 말씀하신 능력은 사실 AI 시대에만 필요한 역량이 아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과정을 설계하며, 실행해 내는 힘은 예전에도 늘 인재의 조건이었다.

농경사회에서는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새로운 농법을 찾아낸 사람이 그 마을을 살렸다.

산업화 시대에는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책을 실행한 사람이 기업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AI 시대에는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만드는 아이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시대는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과거에는 소수의 지도자와 개척자가 가졌던 힘을, 이제는 모든 아이가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결국,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스스로의 CEO가 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부모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걸어주는 부모.

정답을 알려주는 부모가 아니라, 질문할 용기를 지켜주는 부모.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의 CEO로 자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이 느리게 보일지라도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자.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운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