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화 별빛 동화 :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세상은 이렇게 늘 말한다.
사고 싶은 마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팔 물건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고.
그렇게 해서 시장은 자연처럼 저절로 균형을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누군가
보이지 않게 딱 맞게 조율해 준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걸 해결한다.”
더 갖고 싶은 욕망과
덜 쓰고 싶은 절약사이
사람을 만든 혼돈을 정리해 주는 손.
내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손이다.
태생부터 멋진 역할을 맡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 내 손이 이상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인간들이 있다
바로 여우 같은 인간들이다
양복 입은 여우들은
나를 어깨동무하며 속삭였다.
“손님~ 집 좀 더 올려보죠?
어차피 사람들은 오를 거라 믿어요.”
그리고는 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거래는 멈췄는데
가격만 미친 듯이 뛰었다.
나는 소리쳤다.
“내 손 아니라고!
누가 자꾸 내 팔을 장난치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나를 세게 노려보았다.
“역시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이렇게 올랐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조정당하니 억울하다
그런데 나는 너무나 투명해서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버티는 곰들이다.
곰들이 내 손목을 비틀 었다.
“지금 집 팔면 바보! 절대 팔지 마!"
"가격 떨어지면 안 돼!
버티기! 버티기!”
빈 집은 늘어나고 공급이 늘어나도 가격은 여전히 그대로다.
곰팡이와 습기로 가득한데도 수입이 예전처럼 들어오지 않아도
곰은 말했다.
“집값만 안 떨어지면 행복해!”
내 손목은 곰의 등으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
이젠 손보다 팔이 더 아팠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지켜줬대!”
아니라고요…
곰이 지켰다고요…
손가락이 저려온다. 억울함이 목까지 차올랐다.
참새 한 마리가 찾아왔다.
새끼를 한 마리 안고…
작은 깃털이 추위에 떨렸다.
“우리가 살 곳이 필요해요.”
그의 목소리는
종이처럼 얇게 흔들렸다.
그는 비어 있는 집을 보며 물었다.
“왜 이 많은 집에 우리가 살 곳은 없는 거죠?”
그 어떤 여우도, 곰도 참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빈집은 있었지만 참새가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나는 무너졌다.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지 말자.”
나는 마법을 부렸다.
담합 회의하는 여우들에게 재채기 바이러스로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게 했다
버티기만 하던 곰들에게 쥐내기 마법으로 앉게 했다.
공포로 몰아 집을 사려는 사람에겐 정신 차림 주문을 했다
“이거… 너무 비싼데?”
사람들은 갑자기 깨닫기 시작했다
“잠깐만, 가격이… 좀 말이 안 되는데?
도시는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투명함을 벗어던졌다.
보이는 손으로 시장에서 신문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이야기한다
“도와드릴까요?”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손님! 원래 가격은 여기인데 사람들이 장난쳐요?!?!”
나는 그들의 허위 매물을 찢고
빈집 문을 열어
참새를 들여보냈다.
흙냄새 대신
따뜻한 숨이 번졌다.
구름 위에서
구식 양복 입은 노신사가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담 스미스였다.
그는 이마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내 책을 좀 제대로 읽어줘… 내가 말한 시장은
합리적인 이성을 갖고 있다는 가정아래 이야기 한 시장이었어…”
그리고 한 문장을 남겼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양심이 시장을 만든다."
그는 그렇게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손 대신 보이는 손이 되었다.
경제 및 투자 뉴스 뒤에서 살짝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한다.
“그 판단, 정말 너의 것이니?”
“눈앞의 이익보다
살아갈 집이 필요하지 않니?”
그리고 휘익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손이든, 보이는 손이든 상관없다
난 합리적인 시장에서 움직이니까...,
부동산 정책 하나에 널뛰듯 움직이는 집값.
거래는 멈췄는데,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시장.
빈집은 늘어나지만 정작 살 집은 없는 역설적인 현실.
이 상황을 바라보며
대학 시절 경제학 수업에서 들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면 가격이 결정된다.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자유시장 이론은 학문 속 이야기일 뿐,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이 탐욕을 품고 손목을 비틀면,
시장이라는 숲은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가?”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의 손인가?”
“이 손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과 욕심 아닌가?”
이 동화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경제학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웃기고도 슬픈 상황을 동화로 풀어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주인공으로 의인화해
그가 현대 부동산 시장 속에서 어떻게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희망의 조각을 경험하는지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양심이 시장을 만든다."
아마 경제학자 아담스미스도 지금 현실을 보면 이론을 수정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