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화 별빛동화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마을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거울탑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탑을 ‘심판의 거울’이라 불렀다.
누군가 큰 잘못을 저지르면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그 사람은 통곡을 한다고 했다.
울음소리가 들리면 마을 전체가 알았다.
“누군가 죄를 지었구나.”
하지만 사람들은 거울이 두려웠다.
누군가 울 때마다 자기 마음도 덜컥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죄를 지은 이가 울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을 전체가 함께 떨었다.
결국 사람들은 탑 주변에 나무를 심고 덩굴을 엮어 거울을 가렸다.
심지어 거울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자 거울탑은 잊혀졌다.
숲 속에 묻혀버린, 기억 속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런데 마을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이를 괴롭히고, 가진 자가 없는 사람의 밭을 빼앗는 일이 당연해졌다.
거짓말이 편안한 세상이 되었고, 진실을 말하면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았다.
피해를 본 이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괜히 나섰다간 우리만 다쳐.”
어른들의 그 말이 마을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거울을 덮은 건 오래전이었지만, 사실 사람들은 지금도 스스로 마음의 거울을 덮고 살았다.
어느 날 나는 숲속에서 반짝이는 빛을 보았다.
덩굴 사이로 은빛이 번쩍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먼지 속에서도 또렷이 빛나는 유리가 있었다.
손바닥만 한 그 유리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나는 조심스레 손끝으로 닦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 얼굴을 보았다.
그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내가 잘못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던 날, 이웃 할머니에게 무심코 한 말, 그리고 잘못을 숨기고 웃었던 기억들.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눈물이 코끝을 지나 입술로 떨어졌다.
눈물이 손등을 타고 땅으로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그 눈물이 따뜻했다.
마치 오래된 무게가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울고 눈을 뜨니 거울 조각은 조용히 빛났다.
나는 달려가 마을 어른들에게 말했다.
“거울탑에 나를 비추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위로가 돼요!”
하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건드리지 마라. 불길한 탑이야.”
사람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그날 밤, 몰래 마음을 정했다.
“거울이 사람을 벌하지 않아. 그저 진실을 비출 뿐이잖아.”
그렇다면… 모두가 한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
며칠 뒤, 나는 작은 거짓을 말했다.
“거울탑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보았어요.”
“보물이라고?” “정말이야?"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술렁였다.
처음엔 믿지 않던 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탑이 있는 숲으로 사람들은 몰려갔다.
누군가는 도끼를 들고 덩굴을 베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빛을 가렸던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렇게, 거울탑이 다시 햇빛 아래 드러났다.
거울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천천히 빛을 반사했다.
사람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얼굴이 거울에 비칠 때마다 공기 속이 묘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함께 울으며 서로 안아주었다.
그때였다.
거울에 어떤 아저씨의 모습이 크게 비쳤다.
그는 늘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남의 밭을 빼앗던 아저씨였다.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이것 봐라? 모두가 나쁜 사람이군! 하하.”
그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거울을 본 순간, 거울 속에서 그가 울던 아이를 밀치던 장면, 화내며 욕하던 장면, 남의 돈을 빼앗는 장면이 번쩍이며 끊임없이 나타났다.
아저씨는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그만, 그만 보여줘…”
거울은 낮게 울음을 터뜨렸다.
“움―”
그 소리는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동안 들리지 않던 사람들의 마음이, 보물처럼 거울을 통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구도 남을 탓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외면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울었다.
그날 밤, 원로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다시 탑을 덮지 맙시다. 이 거울은 우리를 벌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라고 말하는 거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마을은 거울탑 앞에서 축제를 열었다.
이름은 ‘거울 축제’.
사람들은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추며 지난 잘못을 고백했다.
아이들은 손거울을 들고 놀며, “이건 내 마음 비추는 거울이야!” 하고 외쳤다.
마을은 달라졌다.
거짓보다 진심이, 욕심보다 나눔이 많아졌다.
울음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마을을 채웠다.
나는 거울탑 앞에서 속삭였다.
“거울아 너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어.”
원로 할아버지는 내 옆에서 미소 지었다.
“그래, 반성과 고백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힘이자 보물이 될 거야.”
바람이 불었다.
거울탑 꼭대기에서 햇살이 흩어지며 반짝였다.
‘아마 거울도, 그 고백을 기다려온 게 아닐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 고백을 하면 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나를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할 때,
관계가 회복되고 마음이 자유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동화는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와, 잘못을 인정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줍니다.
‘심판의 거울탑’은 누군가를 벌하기 위한 탑이 아니라, 우리 안의 거울을 비추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상징입니다.
“반성은 패배가 아닌 시작”임을
“고백은 우리의 잊은 진심을 비추는 것.”임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