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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꽃이야

어디서든 언제든지 우리 모두는 존귀합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모임과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작년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밀렸던 행사들이 달력의 일정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특히 지난주는 아이 생일과 학부모 참여 수업이 있는 주간이어서 회사에 연차를 두 번이나 내기에는 눈치가 보였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다행히 한 날짜에 두 행사가 나란히 넣어져 있었다. 그것도 수요일 야근 없는 날이어서 연차를 당당히 내고 막내 학교로 발길을 재촉했다.     


모처럼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두 줄로 교실 뒤편을 채우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칭찬을 듣고 싶은지, 선생님의 질문과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손을 야무지게 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뒤에 있는 부모들도 같이 흐뭇해하며 미소를 짓는다,      


“집에서 부모님에게 약속할 것 3가지 이상 적은 친구는 손을 들어보세요”      


힘껏 손을 드는 우리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내 어릴 적 모습이 투영된다. 나도 우리 딸처럼 칭찬을 듣고 싶어 안달이었던 거 같다. 누군가 나에게 잘한다고 이야기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신만만했으며, 누군가 실망스러운 말을 나에게 할 때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정을 다 드러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은 부모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 안달이다. 제각각 부모님에게 칭찬을 들을 만한 행동 3가지 이상 말하며, 칠판에 메모판을 붙인다.      


한 명씩 발표가 끝나니 선생님이 노래를 다 같이 부르자고 제안한다. 국악이 반영된 동요인데 듣다 보니 가사가 가슴 깊은 곳을 뭉클하게 울린다.     


모두가 꽃이야  

(작사/작곡 : 류형선)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그렇다. 부모도 아이도 어떤 모습을 하든 모두가 꽃인데 우리는 얼마나 이 점을 기억하지 못했던가.


가사처럼 어디서 피든, 언제 피든, 알아주든 못 알아주든, 본질은 꽃인데, 우리는 그 본질을 잊고 살았다. 가사가 뇌리를 치는데 안경너머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누가 볼까나 재빠르게 눈물을 닦는다.     


아이들 모두 진지하면서 짓궂게 노래하는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다.

이 그림은 빙(AI)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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