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동화, 별빛동화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아주 멀고도 가까운 네트워크 왕국
이곳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가장 빠르게 찾아 미리 보여주는 걸 제일 잘해요.
이곳의 모든 섬은 ‘알고리 박사’가 만들어 준 정보줄로 연결돼 있죠. 그런데 이 정보줄엔 비밀이 있어요.
알고리 박사는 ‘좋아요’가 많은 정보만 골라 보여주는 기계를 만들었거든요.
파란 섬엔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파란 뉴스만,
노란 섬엔 감정을 흔드는 노란 소문만,
빨간 섬엔 늘 무섭고 자극적인 빨간 경고만!
초록섬엔 따뜻하지만 투자를 자극하는 초록 소식을 전해요.
사람들은 날마다 소리쳤어요.
“역시 우리가 맞았어!”
“다른 섬은 틀렸어!”
"지금 사야 돼. 더 늦기 전에!"
문제는 정보를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었죠.
밥 먹으며 뉴스, 길 가며 뉴스, 자면서도 짧은 뉴스!
심지어 ‘뉴스 잘 보는 대회’까지 열려 1등에겐 ‘진실왕’ 메달도 줬대요.
하지만 한쪽 줄만 연결되어 섬끼리 소통은 점점 끊겼죠.
이럴수록
알고리 박사는 모든 걸 지켜보며 웃으면서 말했어요.
“싸우면 싸울수록, 내 정보는 더 잘 팔린다. 후후후.”
사실 알고리 박사의 기계는 분노와 공포를 퍼트릴수록 더 많은 ‘좋아요’를 주는 악당이었죠!
하루는, 모든 섬사람들이 모인 회의가 열렸어요.
이름하여 ‘대정보회의!'
하지만 모두들 자기 섬 뉴스만 들고 와서 외쳤어요.
“우리만 옳고 너희는 틀렸어!”
“네 뉴스는 조작이야!”
“우리 뉴스는 댓글이 더 많다고!”
회의장은 곧 ‘말싸움 콘서트’가 되었어요.
콘서트가 싸움이 되고 드디어 전쟁이 나기 일부직전이에요.
이때 하나의 질문이 떠올라요.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자 섬들의 답변이 올라와요.
파란 섬은 "미래를 예측한 AI 때문이에요"
노란 섬은 "사과가 나무한테 실연당했어요 "
빨간 섬은 "중력은 조작된 음모입니다"
초록섬은 "이때가 투자해야 할 시기입니다"
각 섬의 답은 제각각, 서로가 옳다고 우겨요.
모두가 열심히 싸우는 그 순간,
한 아이가 손을 들며 대답해요.
"여러분 바보예요? 중력 때문이잖아요!"
아이가 크게 깔깔 웃어요. 순간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죠.
“얘는 누구야?”
“맞아! 그건 다 아는 정답 아니야?”
"그렇게 당연한 걸 왜 몰랐지?"
사람들은 이제야 정신이 드는 것 같아요.
그동안 한쪽 편에서 한쪽 주장만 내세운 자기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떠올라요.
순간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기계의 버튼을 껐어요.
그러자 모든 섬의 정보가 뒤섞이기 시작했어요!
파란 섬에선 긍정의 힘, 칭찬의 힘을 보여주는 춤추는 고래의 영상이 나오고
노란 섬에 선 따뜻한 동화가 나오고
빨간 섬에 선 “아무도 몰랐던 착한 정치인” 뉴스가 퍼졌죠.
초록섬에선 "함께 사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니, 이런 정보도 있었어?”
“우리가 너무 한쪽만 보고 살았나 봐!”
“진실이란 게… 한 방향만 있는 게 아니었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정보줄을 다시 엮기 시작했어요.
“뉴스 교류하는 날”도 만들어 다른 섬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고 함께 노래 불렀답니다.
알고리 박사는 외쳤어요.
“안 돼! 사람들의 생각을 내가 조정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죠. 모든 섬은 다시 연결되었고 진짜 네트워크가 시작되었어요.
알고리즘이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튜브, SNS, 뉴스 등에서 평소 좋아하는 정보가 우선 보입니다.
이 동화는 현대 사회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정보 소비가 어떻게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을 편향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는지를 풍자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네트워크 왕국이라는 가상의 세계와 섬들로 나뉜 사회를 통해,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정보 필터링과 확증편향의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좋아요’를 기준으로만 정보를 전달하는 ‘알고리 박사’는 현재 인터넷 알고리즘의 비유이며, 다양한 섬은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편향된 경로를 상징합니다.
이 동화로 정보의 진실이란 단 하나의 방향이 아닌,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 속에서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가까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