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동화, 별빛 동화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모두가 정답을 빠르게 맞추는 ‘정답초등학교’.
여기서는 매달 '정답왕 시험'이 열려요.
초등학교 4학년 유주는 늘 성적에 쫓겨 지쳐 있었어요.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엄마는 말하죠.
"이렇게 쉬운 것도 몰라?"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정답이 빠른 아이들을 칭찬해요.
선생님이 “비는 왜 올까요?”라고 묻자 모두 “수증기가 응결되어서요!”라며 외치지만,
유주는 "그럼 수증기는 왜 생겨요?", "구름은 어디서 와요?", "비가 오면 좋은 점은 뭐예요?"라며 끊임없이 물어요.
유주는 질문을 선생님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하고 싶어요.
“왜요? 선생님은 웃고 있는데 속상해 보여요.”
“왜요? 아빠는 집에 있는데 마음은 회사에 있는 것 같아요.”
“왜요? 수진이는 나랑 놀기 싫은 걸까?”
사람들은 “그만 좀 물어봐”라고 하지만, 유주의 머릿속에는 늘 질문이 넘쳐나요.
수진이와는 한때 단짝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점점 말을 아끼고, 대화도 줄어들었죠.
어느 날, 수진이가 친구들 앞에서 말해요.
“유주랑 있으면 피곤해. 자꾸 왜요, 왜요… 답해줘야 하잖아.”
그 말을 들은 유주는 가슴이 쿵! 내려앉아요.
그날 밤, 유주는 공원 의자에 앉아 한참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검은 물감이 번진듯한 하늘에는 반짝반짝 작은 빛이 자꾸 나타났다 사라져요.
마치 그 위에 반짝이는 글씨가 떠오르는 듯해요.
“너의 질문이 진짜 답을 찾아줄 거야.”
다음날 전교생이 시험을 봐요. 아이들의 성적 순위를 매기기 위해서죠.
"비가 오는 이유를 쓰시오"
모두가 펜을 달그락거리며 빠르게 적었어요.
"수증기가 응결되어 구름이 무거워지면 비가 됩니다."
거의 비슷한 답이었어요.
하지만 유주는 멍하니 창밖을 보았어요.
어제의 검은 물감 밤하늘이 맑고 푸른 호수 하늘 같아요.
유주는 천천히 글을 적기 시작했어요.
"비는 마른땅을 적시고, 시든 풀을 다시 일으켜요.
슬플 때 눈물이 나는 것처럼 수증기가 가득 차면 하늘도 비로 무거운 마음을 표현해요.
비는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일까요?."
다음 날 아침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어요.
아이들은 모두가 100점 받을 생각에 들떠있어요.
하지만 유주는 여전히 불안해요.
"이상하게 썼다고, 틀렸다고 혼나겠지?"
선생님이 드디어 말씀하세요.
"어제 시험에서 재미있는 답을 적은 친구가 있었어요. 잠깐 읽어볼게요."
그리고 유주의 글이 교실 안에 울려 퍼졌어요.
아무도 웃지 않았고 교실은 조용해졌어요.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사실 나도 비 보면 그런 느낌 들었었어"
"나는 그냥 외운 거 썼는데..."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모두 100점을 주셨어요.
그리고 유주에게 조용히 노트를 건넸어요.
"이 노트는 질문공책이에요.
너만의 질문으로 학교를 조금씩 바꿔줄 수 있겠니?"
그날 이후, 학교에는 '질문 게시판'이 생겼어요.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모여들어 서로에게 질문을 해요.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하 그렇구나!"
가끔은 정답보다 깊은 생각이 담긴 질문이 세상을 아름답게 반짝이게 해요
어느 날, 딸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문제를 열심히 풀더군요. 마치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문제를 이해하기보다 푸는 요령을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이 동화는 빠른 정답만을 요구하는 경쟁 중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란 ‘질문하는 힘’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정답을 외우고 성적을 기준으로 평가받는 ‘정답초등학교’에서, 질문은 아이들의 사고를 넓히고 교실 문화를 변화시켰습니다.
"진정한 공부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