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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하늘에 별따기

30초 동화, 별빛 동화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진짜 집을 찾아서

그 많은 아파트에 우리 집은 어디 있을까?



숲 속 ‘잎새 마을’ 오래된 밤나무뿌리 아래 사는 고슴도치 단단이네 가족.

낡고 비좁은 집이 비만 오면 물이 똑똑 떨어져요.


“아잇 차가워!” 단단이는 떨어지는 물방울에 소리쳤어요.

아, 따가워! 우리도 꼬리 안 닿는 집에서 살고 싶어!”

“우리도 나무 위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전망도 좋고, 따뜻하고, 미끄럼틀까지 있다던데!”

고슴도치 아이들의 불만이 서로를 찌르네요.


단단이네 위층에는 다람쥐와 청설모가, 그 위엔 딱따구리 건설사가 살고 있어요.

단단이 가족의 꿈은 단 하나, 방이 세 개인 튼튼한 나무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었죠.

엄마아빠 방 하나, 공부하는 첫째 방 하나, 그리고 단단이가 쓸 방 하나. 하지만 문제는… 돈!


아빠 월급은 밤톨 10알, 그런데 한 나무 아파트 집이 무려 밤톨 30통?한 통에는 밤톨 100개가 들어가요.

부엉이 중개인이 국민 평형 아파트를 사려는 단단이 아빠에게 설명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월마다 밤톨 10개씩 30년 갚으면, 밤톨 3천 개 낼 수 있어요!”

아빠는 당황했어요.

“엉...? 그럼 내가 받은 월급을 바로 집에다 다 쏟아부으라고요?!”

옆에서 듣던 엄마 고슴도치가 속삭였어요.

“여보... 그럼 우리는 뭘 먹고살아야 해요...?”

엄마는 계산기를 두드려 봤어요.

밤톨 3,000개면... 우리 가족이 매일 밤껍데기 죽만 먹어도 29년 반은 살아야 해요.”

단단이는 소리쳤어요.

“그럼 나 유치원 졸업 전에 대출이 시작되는 건가요?!”


딱따구리 아저씨가 이 모습을 보고 나무에서 내려와요.

“저기 반대편 잎끝 하늘 마루에서 고급나무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청약 한번 하시죠?”

청설모, 다람쥐, 까치, 너구리는 청약 소식을 듣고 달려와요.

“이번에 청약받은 동물은 인간세상에서 로또 맞은 것과 똑같아”


단단이네도 부랴부랴 신청했어요.

씨앗 추첨제라고 해서, 공정하게 뽑는다는 소문이었죠.

하지만 결과는

“아쉽지만 탈락이네요.”

“청설모, 다람쥐, 까치, 너구리 네가 당첨됐어요.”

이미 많은 밤톨을 모아둔 동물들이 유리했던 거예요.

“1000:1 이래… 우리 같은 고슴도치는 아무리 기다려도 안 되는 거야…”


단단이는 눈물을 글썽였어요.

하지만 숲 속에는 텅 빈 둥지가 꽤 많았어요.

그중 대부분은 부자 동물들이 여러 채 사서 비워두거나 세를 주고 있었죠.

“나는 고층나무에 다섯 군데 둥지 있어. 하나는 세놓고, 하나는 그냥 놀려놔.”

청설모 아저씨는 자랑했어요.


“밤톨이 밤톨을 낳는다니까요~” 부엉이 중개인은 집을 사라고 소리치네요.


하지만 단단이 가족은

여전히 덜컹거리는 밤나무뿌리 밑에서 비를 맞으며 살고 있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단단이는 가족을 둘러보며 결심했어요.

“우리도, 우리 힘으로 진짜 집을 찾아봐요!”

“미끄럼틀은 없어도, 꼬리 안 닿고 따뜻한 우리만의 둥지를요!”

“가시만 세워선 집 못 구해. 우리도 방법을 찾아야 해!

단단이네는 결국 짐을 싸고 남쪽으로 내려갔어요.


몇 년 뒤, 숲 속 남쪽 작은 언덕 아래,

고슴도치 가족은 작지만 따뜻한 둥지를 마련했어요.

지붕이 낮은 빈집을 가족이 힘을 합쳐 단단하고

방이 여러 개인 집으로 만들었어요.

"작지만 서로 부딪히지 않아!"

단단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이건 로또도 아니고, 대출도 아니고, 청약도 아니에요.

우리 가족이 만든 진짜 집이에요!




비 오는 날마다 물이 새는 낡은 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누구나 안전하고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집을 사려면 20년을 대출받아야 하는 현실, 로또처럼 느껴지는 청약제도, 집을 여러채 소유한 부동산 부자 등

우리 사회의 자산 양극화, 기회의 불공정함을 사회풍자 동화로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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