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고 싶었던 너 나의 다른 이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ep_3

by 라돌

식집사들은 아마 알 것이다. 식물에는 식물만이 줄 수 있는 생명력의 기운과 기분 좋은 에너지가 있다. 뿌리만 죽지 않게 살리면 식물은 끊임없이 살아나고, 또, 환경만 받쳐준다면 엄청나게 자라난다. 알보 몬스테라와 같은 희귀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희귀 식물 키우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좀 더 다양한 식물을 알아보게 되었다.


당시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시기였다.

결혼하자마자 임신했고, 또 얼마 안 되어 아기 심장이 멈추며 유산이 된 지라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병가를 내고 잠시 쉬었다가 일터에 복귀해서 내담자의 어려움을 듣고, 마음을 나누는 작업을 한동안 해내기가 벅찼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회복되는 속도는 더뎠다. 돌아보면 그때에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나를 구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때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수초 어항 영상이었다. 잔잔한 음악 소리를 배경으로 물속에서 넘실거리는 수초의 우아함과 이산화탄소 방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안을 누비는 작은 물고기 떼들을 보면 마음이 잠시나마 평화로웠다. 그렇게 소위 ‘물멍’을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어항을 꾸며보고 싶었다.


키우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보였다. 어항을 사서 소일이라는 특수 흙을 깔고 물을 채운 후 식물을 심으면 되는 것이었다.


핀셋으로 한 땀 한 땀 모내기 하듯 식물을 심어나갔다. 꽤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어항에 식재한 식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소위 말하는 ‘물멍’이라는 것을 할 수도 있다니 인내심을 발휘해 꾸미기를 진행했다.


어항을 꾸미고 식물을 식재하고, 이후 생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새로운 작업은 내게 생기를 주었고, 완성되어 가는 어항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식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즈음 빨갛고 건강해 보이는 체리새우와 어항을 깨끗하게 청소해 줄 노랗고 지느러미가 하늘거리는 안시라는 물고기를 분양받아왔다.


체리새우는 새우깡 과자 브랜드의 봉지에 그려진 새빨간 새우 그림과 흡사 비슷했다. 크기가 작아서 앙증맞고 열심히 물속을 가로지르며 이끼청소를 해내는 모습에 한동안 물멍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와, 아름답다!” 겨울에 꾸민 어항은 봄이 되니 완전히 자리를 잡아서 영상에서 보던 ‘물멍’하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초록 초록하게 깔린 잔디밭 전경 수초에서 새우들이 놀고 있고, 그 뒤에 하늘거리는 후경 수초들 사이에는 안시들이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처럼 하늘거리는 지느러미를 뽐냈다.


환경이 안정적이니 체리새우가 급속도로 번식을 하였다. 새우가 알을 품고 새끼 새우가 돌아다니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폭번 한 체리새우, 어느새 체리새우의 숫자 세기를 포기할 정도가 되었다. 열한 마리였던 새우는 백 마리가 넘어갔다.


천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수초 어항이다 보니 새우가 지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체리새우뿐만 아니라 수초도 트리밍을 계속해줄 정도로 잘 자랐다.

그리고 여름이 찾아왔다. 그런데 새우가 갑자기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악, 또 죽었네.” 속상해하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아무래도 날씨가 더워서 온도 때문인 것 같아.” 남편은 생수병을 얼려서 어항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집에 없을 때 에어컨을 계속 틀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새벽과 저녁으로 열심히 어항의 온도를 관리해 주었다. 가까스로 새우의 떼죽음이 멈췄다.


온도와 같은 환경 변화는 식물과 생물 생존에 큰 영향을 준다.

역시, 그냥 아름답고 예쁘기만 한 것은 없다.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그만함의 수고가 뒤 따른다. 그리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삶을 살다 보면, 내가 미처 막을 수도 없고, 미리 알 수도 없는 위기에 직면할 때가 있다. 갑자기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죽음이 가까이 찾아올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아픈 마음에만 집중하기보다, 주위를 분산시켜 에너지를 다른 쪽으로 쓰면서 심적 무거움을 잠시 덜어내야 한다. 그냥 그렇게라도 환기해야 안정적으로 숨이 쉬어질 수 있다.


물론 내게는 길고양이 친구들과 극진히 모시는 알보 몬스테라와 희귀 식물이 있었지만, 수초어항은 또 다른 매력으로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렇게 수초어항을 가꾸며 나는 내 마음을 달랬던 듯하다.


돌아보면 수초어항을 케어하는 동안, 나는 나를 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체리새우야, 죽지 마! 힘을 내!”라고 응원하며 체리새우를 살리던 나는, 그 말을 내게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수고로움이 따르는 어여쁨이지만, 내 사랑스러운 친구인 길고양이들과 까다롭고 어여쁜 알보몬스테라와 내 수초 어항의 생물들은 오늘도 내게 이야기해 준다.


<너를 만나 반갑고, 함께 해 기쁘고, 돌보아 주어 고마워>


그런 나는 화답한다.

<너를 만나 행복하고, 함께 해 즐겁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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