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ep2
길 위의 고단한 생활로 아픈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오면서 병원비 지출이 커졌다. 그때 처음으로 부자가 되면 나눔도 자유로울 것이라는 마음이 스쳤고, ‘정말 금전적 여유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내 고민이 깊어질 때 즈음 스마트 스토어 관련 직업과 이에 대한 강의가 붐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나도 유명 유튜버의 강의를 들으러 가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알아보면 볼수록 내게는 본업과 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느껴졌다.
그러다 간간이 가내수공업처럼 프리마켓에서 내가 가진 손재주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까도 생각했다. 재료를 사보고 샘플도 만들어보았다. 이런 나를 바라보시는 부모님은 대학원까지 공부한 자식이 퇴근 후 집에서 구슬을 꿰고 있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으신 듯한 눈빛과 강한 기운을 풍기셨다.
나 역시 시간 투자 대비 산출물이 적은 듯하여 그냥 상담과 관련된 강의를 더 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 역시 강의가 많이 줄었다. 그즈음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라 불리는 사람들의 ‘식테크’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그중에서도 수채화를 풀어놓은 것처럼 잎 무늬가 예술인 알보 몬스테라가 특히 인기가 있었다. 나도 그 잎을 보고 마음이 설레었다. 더군다나 잎 한 장에 백만 원이 넘는 고가 희귀 식물을 잘 키우면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말들에 마음이 혹하기도 하였다.
짧은 고민 끝에 나도 잎 한 장을 호기롭게 당근으로 구매했다. 알보몬스테라는 보기에 예쁜 식물이었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식물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상태에서 덜컥 구매를 감행했다.
늘어난 식물만큼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며칠간 흡족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집에 식물을 들이면서 가격은 더 뛰었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무늬며 색감이 같은 품종이더라도 재각기 달라 강의비를 받으면 여러 종의 식물을 사 모았다.
하루는 지방까지 내려가서 식물을 구경하기도 했다. 거기엔 천만 원 단위의 식물도 있었다.
“이걸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남편과 속삭이며 창조경제에 대해서 논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식물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할 때도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동향집이라 해가 적었기에 식물 등을 사고, 가습기를 들였다. 유튜브 강의를 보면서 빠른 식물의 성장을 위해 여러 영양제도 구입하여 식물 성장을 위한 실험도 해보았다.
실제 알보 몬스테라나 흰색 무늬가 섞인 희귀 품종 식물은 돌연변이 종인 경우가 많다. 엽록소가 없는 부분의 색이 하얗다 보니 광합성이 잘 안 된다. 인간으로 치자면 피부가 약하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섬세히 돌봐야 한다. 화분의 선택, 흙의 조합, 광량과 습도, 바람과 온도까지 맞춰주는 것이 식집사의 중요한 임무이다.
모처럼 휴가를 내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고층 아파트임에도 꼼꼼한 남편은 모든 창문을 굳게 닫고 출발하였다.
“아악!”
돌아왔을 때 알보 몬스테라 하나는 잎의 반이 녹아내린 상태였다.
이처럼 간혹 일이 바쁘거나, 여행을 다녀와서 며칠씩 관심을 주지 못한 식물은 뿌리가 녹거나, 잎이 녹거나 성장을 멈추다가 죽기도 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의 습도관리나, 겨울철의 낮은 온도 관리는 식물 컨디션에 큰 타격을 줬다.
‘아뿔싸, 황금알은커녕, 거위가 죽게 생겼다.’ 지나친 기대로 즉흥적으로 뛰어들었던 식집사의 길이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처럼 순식간에 백만 원이 날아가기도 한다. 역시나 내 전문분야가 아닌데, 욕심을 낸 최후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알보 몬스테라를 키우는 노하우가 오픈되면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고, 알보는 더 이상 희귀 식물이 아닌 보편식물이 되어갔다. 당근 시세로 백만 원을 넘기던 것이 오십만 원으로 떨어졌다.
이때라도 팔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산 가격을 생각하니 차마 내놓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몇 해가 흘러 현재는 만원으로 급락하는 지경까지 왔다. 그렇게 줄어든 식물 가격의 숫자만큼 내 맘의 흡족함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물론 우리 집에는 시간이 흐른 만큼 확대되고 복제된 알보몬스테라와 희귀품종 식물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새벽부터 그 녀석들에게 가습기와 식물등과 선풍기를 대령하여 모시고 있다.
그렇게 알보 몬스테라는 내게 식물을 키우는 재미와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내 곁에 있다.
식물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분이 있는데, 그분은 알보몬스테라의 인기가 드높기 전부터 기르고 계셨던 분이다. 그분의 집은 반지하였는데, 흡사 밀림처럼 집안 곳곳이 식물로 가득했다.
거실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 부엌과 침실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빼곡했다. 그분 집에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창가 쪽엔 알보 몬스테라가 화려한 무늬를 뽐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무늬에도 감탄했지만, 내게 자신의 알보 몬스테라를 선보이면서 반짝이던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알보몬이 너무 멋진데, 잎 하나씩 팔면 엄청 부자 되시겠어요!” 내가 물었다.
“저는 알보를 아무에게도 팔지 않고 계속 키울 거예요”라고 그는 답했다.
아무리 알보 몬스테라가 비싸도 팔지 않고, 잎 한 장도 자르지 않을 거란다.
그는 알보 몬스테라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던 시절, 알보를 우연히 얻게 되어 죽였다 살렸다를 반복하며 여러 시도 끝에 키워내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본인에게는 '값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분은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황금알을 낳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나의 알보!'
백만 원에 샀다가 단돈 만 원으로 떡락하게 되어버린 나의 알보 몬스테라, 구매 가격을 생각하면 꽤나 속이 쓰리지만, 예쁨으로 기쁨을 주는 알보몬스테라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계속 물 시중을 들 수밖에.
희귀 식물을 돌보면서 또 고양이와 친구가 되면서 힐링이 될 때가 참 많다. 그저 돌보는 행위 자체가 기쁨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더러는 마음이 지칠 때도 있는데, 돌보는 것들이 아플 때가 그러하다.
그래도 결국 마음을 가다듬고, 함께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해 나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게 질문해 본다.
'내게 충분한 여유가 있는가?'
'내 안의 에너지는 얼마나 채워져 있지?'
'내 마음은 지금 웃고 있는가? 울고 있는가?'
'내게 나는 친절한 상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