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닫혔고, 마음이 들린 시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ep4

by 라돌

‘어, 잘 안 들리네?’ 텔레비전 볼륨을 높여도 이전처럼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귀도 먹먹하여 느낌이 이상했다. 지금부터 10년 전 이야기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담 기관에 취업이 된 후 몇 개월이 지난 때였다. 서른 즘 다소 늦었다고 생각되는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한지라, 자리를 잡으려고 나름 부단히 애를 썼다. 몸을 돌볼 여유를 내지 못했던 시기였다. 기관의 바쁜 사업들이 마무리되면서 여유가 생길 때쯤,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병원을 가서 청력검사를 했다. 처음 간 병원에서는 감기로 코가 막힌 것 같다고 약을 지어줬다.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여전히 귀가 불편했다. 점심시간에 나름 규모가 있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고, 청력검사를 했다. 의사는 내 오른쪽 귀에 돌발성 난청이 생긴 것 같으니 바로 입원을 하라 권하셨다.


당황하고 놀란 마음에 눈물이 났다. 인근 대학병원에 긴급 입원이 결정됐고 일주일 동안 입원을 하면서 MRI촬영 등 각종 검사를 했다. 오른쪽 귀의 청력 손실이 큰 상태로 입원했지만, 다행히 빠른 처지로 약간의 청력 손상과 이명만을 남기고 듣는 것은 가능하게 되었다.


퇴원하고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여 분석을 받았던 교수님께 찾아갔다. 교수님은 내 한쪽 귀 청력이 이전만 못 하지만, 좋은 면도 있지 않겠냐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 귀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아, 쉬어야 하는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귀가 경보음을 울리면 잠시 쉬고, 몸을 잘 아껴주라고 당부하셨다.


‘귀 경보기라니, 신은 그렇게라도 나를 쉬게 해주고 싶었나?’ 하는 생각도 스쳤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병원에서 치료받은 일주일의 시간이 좋았던 순간들로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쉼’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좋았다.


그렇게 돌발성 난청 진단으로 대학원 졸업과 취업 등 ‘열심’의 행위는 브레이크를 밟게 되었다. 주변의 요청 소리에 귀를 닫고 나 스스로의 근원적 질문에 주파수를 맞추어 나갔다.


‘나는 왜 온전히 나를 돌보는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것일까?’, ‘나는 왜 이리 열심을 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어떤 원함과 어떤 불안이 나를 달리게 했을까?’,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동적으로 눈이 많이 간다. 예민하게 타인의 감정이 읽어지다 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몸에 긴장이 많이 들어갈 때가 있다. 내가 그러했다.


돌아보니 내 소중한 사람이 편안해야 내가 편안한 상태가 되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희망사항일 뿐이어야 한다. 무리하게 그간 내 의지와 내 힘이 해낼 수 없는 상황들을 몸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봤다.


뭐든지 흐르고 순환되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 흘러 순환이 잘 되어야 하듯, 미처 열어볼 새도 없었던 닫힌 마음도 열어 듣고 마음 에너지가 막혀있지 않게 흘려보내야 한다.


몸의 기운과 순환이 막히면 마음의 순환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건강해질 수 있다.


어떨 때는 상황에 몸을 그저 맡기기도 하고, 마음을 탁 내려놓기도 하고, 내가 속한 나의 몸에 더욱 사랑과 돌봄을 주어야 한다.


내 몸의 소리에,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래야 함께 오래갈 수 있다. 서로 건강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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