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낚시

by 선향

다음날 오후엔 학생들 전체가 학교 주변의 바위 언덕 위를 산책하며 그레베스타드의 전경을 둘러 보고 왔다. 바다와 산이 면해있는 그레베스타드는 스웨덴의 이름난 여름 휴양지답게 무척 아름다웠다. 갈매기들이 날개를 쫙 펼친 채 바닷바람을 안고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먼 곳의 바닷물결이 햇살을 받아 잔잔한 흐름으로 빛나는 한가로운 오후였다.


마을을 지나 학교로 돌아 오다 셸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어제 마늘과 안부 쪽지 정말 고마웠어요.”

“안대가 멋지구나, 눈은 어떠니? 마늘을 먹으면 웬만한 병은 거뜬히 나을 수 있거든.”


셸은 스띵땅을 데리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우리 집에 잠깐 들렸다 가겠니?”


도로를 사이에 끼고 학교 맞은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가니 셸의 집이 나타났다. 언덕 아래에 자리잡아 길에서 보면 지붕이 납작하게 내리 보이는 집이었다. 부엌은 물건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뒤죽박죽으로 쌓여 있어 간신히 요리하고 몸을 움직일 정도였다. 온갖 연장, 서랍, 의자들이 뒤죽박죽으로 어지러이 쌓여있는 광경에 놀라 물어 보았다.


“언제부터 여기 사신 거예요?”

“이사 온지 한 열흘 됐어.”하며 셸은 물을 끓여 커피가루를 넣고 걸러서 내린 커피를 내게 주었다.


나는 잠시 앉아 역시 책과 옷이 겹겹이 쌓인 방에서 낡은 TV를 보았다.

침대도 없이 소파에다 담요와 천을 깔아 놓고 잠을 자는 모양이었다.


셸은 꽤 오래 전에 이혼했고 자식이 둘 있는데 둘 다 스톡홀름에서 산다고 했다. 나이는 오십 넷이라고 했는데 나는 60대 중반이겠거니 하고 짐작하다가 깜짝 놀랐다. 나이에 비해 몹시 지치고 겉늙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내 보트가 있는데 언제 같이 고기 잡으러 가자.” 셸이 말했다.


셸은 해양반에 등록해 항해술과 해양생물학을 공부한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했는데 셸은 무척이나 관심 있게 내 얘기를 들어 줬다.


다음날 도예반 실습을 하며 지하실에서 흙을 빚고 있으려니 셸이 나를 부르러 왔다.

“지금 고기 잡으러 가는데 같이 가겠니?”

나는 도예반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셸을 따라 나갔다. 선착장에 묶여 있는 셀의 낡은 보트에는 케니뜨와 구스타브, 욘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기숙사에 있는 20대의 스웨덴 젊은이들이었다.


스띵땅도 함께 탄 채 시동을 걸고 달리니 물살이 갈라져 부서지는 바닷물이 얼굴을 차갑게 때렸다. 한참을 그렇게 달려 가더니 셸은 바다 한 가운데 배를 세우고는 아무 것도 꿰지 않은 빈 바늘을 대 여섯 개 단 낚시줄을 바다에 던져 넣었다. 다시 시동을 걸어 배가 달리니 낚시줄이 풀려 뒤에 길게 늘어졌다.


셸은 케니뜨에게 낚시줄을 주며 가운데 손가락에 줄을 감아 진동이 느껴지면 줄을 감으라고 했다. 얼마후 케니뜨가 줄을 감으니 낚시줄이 딸려와 감기는 것이 보였다. 낚시 바늘에는 해초가 서너 잎 붙어있을 뿐이었다.


나도 셸이 건네는 미끼 없는 낚시줄 하나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손에 진동이 와 잡아 당기니 3센티가 채 안되어 보이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낚여져 있었다. 뛸 듯이 기뻤으나 셸이 웃으며 다시 고기를 놓아 주었다.


배가 바위섬 사이를 이리저리 지날 때 속이 점점 매식 매식하고 거북해져 왔다. 뱃멀미였다. 셸이 찬 바람을 쐬면 괜찮다고 하며 쾌속으로 달려 선착장으로 배를 돌렸다. 셸이 웃으며 말했다.


“한번 배 멀미를 겪고 나면 다시는 멀미를 하지 않게 되지.”

그리고는 다음에 다시 낚시하러 오자고 했다.


배 댈 곳이 마땅치 않아 선착장에 도착한 후에도 이리 저리 배 사이를 돌아 다녀야 했다. 배를 댄 후 셸이 케니뜨와 구스타브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듯 했으나 그들이 거절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먼저 학교로 가고 난 후 배를 묶어 맨 후 셸이 화가 나서 말했다.


“저런 게 바로 스웨덴 젊은이들이라구! 자기들 좋을 대로 배를 타고는 내가 도와달라고 해도 그냥 가버리는 것 보라구. 다시는 내 배에 태워주지 않겠어.”


병아리


달걀처럼 단단한

나의 두려움


깨어져도

흐르는 가슴

담아줄 항아리가 없다


밑 빠진 항아리 하나

비 맞고 서 있어도

마술 걸린 두꺼비 한 마리 없다


두꺼비 한 마리 멀리서

나타나도

펄쩍 펄쩍 뛰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긴 날들

두려움을 데워

병아리로

태어나는 수 밖에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