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by 선향

토요일 저녁이면 마을에 있는 디스코텍인 예니스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기회를 이용해,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이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토요일 저녁이면 예니스에 모이곤 했다. 나는 안나, 마리, 레나 등 기숙사에 있는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예니스에 갔다. 1층에 비교적 조명이 밝은 바와 레스토랑이 있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지하에는 어둡고 시끄러운 디스코텍이 있었다. 안나가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모두들 정장 차림에다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 바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페시만, 임마누엘이 뚱뚱한 3, 40대의 스웨덴 여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늘어진 얼굴 살에 짙은 화장을 하고 그 여자들은 요란스럽게 웃어대며 나른한 눈길로 페시만과 임마누엘을 바라보곤 했다.


바에 들어가자마자 함께 왔던 안나, 마리 등이 모두 흩어졌다. 안나는 구스타브와 함께 어울렸고 마리는 좀 흥분한 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술을 마셨다. 모두가 평소와는 달리 들떠 있었고 흐릿한 조명 아래 눈이 번쩍거렸다.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디스코텍으로 내려가니 좁은 무대에서 몇 사람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도 곧 들어가서 춤을 추었다. 11시 30분쯤 되어 나오려고 하니 아직 다른 이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마리도 처음 보는 남자와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구스타브와 안나는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혼자 나와서 학교로 돌아왔다. 후끈 달아 오른 볼에 밤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내 방 침대에 누우며 다른 이들은 오늘 모두 언제 돌아올까 생각해 보았다.


마리는 일요일 아침에야 돌아왔다. 그녀의 방이 내 방 바로 위에 있어서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장미


북극의 열기 속에서만

너는 숨 쉰다

오늘 우리들 눈 떠

꿈속 가득 네 뜨거움에 데인

가슴속 깊이 가시를 박는다


너 또한 우리처럼

어지럼증의 지구에 사는 줄 몰라

잡히지 않는 네 심장을

향기라 불렀다


실비보다 더 쉬이 피었다 사그라드는

우리 연정을 포식하여

너는 그토록 붉다


뻑뻑한 핏빛 짙은 네 꽃잎을 만지면

동결된 몸짓으로만 타오르는 불꽃

너는 차갑다


마음 상하여

시린 창백함으로 너를 내던진다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