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이언티의 세바시영상을 보았어. 요즘 유튜브는 AI를 활용해 나의 관심사와 키워드를 알고 있다 보니 내가 고르는 것보다 더 적합하게 내게 필요한 영상들을 추천하는 것 같더라고.
요즘의 키워드는 놓아버림이야. 그러다 보니 그저 믿고 턱 맡겨버려라 뭐 이런 주제의 영상들이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많이 뜨더라고. 자이언티의 영상도 그중 하나였나 봐.
영상 제목은 자이언티의 고백, 자기 비하, 자기 파괴의 끝에서 배운 자기 연민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이야. 자이언티는 자기를 몹시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구박하다가 결국 자기 연민에 이르고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고백해.
양화대교라는 노래를 만들고 부른 자이언티는 독특한 음색과 가슴 울리는 가사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가야. 강연을 시작하며 자신의 눈이 좋고, 자신의 얼굴이 좋고, 자신의 몸과, 자신의 음악이 좋다고 나열하던 자이언티는 사실 원래 이런 자신의 모든 것들이 너무 못마땅하고 볼품없고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하더라.
그는 얇고 빈약하고 볼품없이 느껴졌던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수없이 덧칠하고 덧붙였다고 고백했어.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TV 화면에 나오던 그의 모습이 기억났어. 그는 너무도 빈약하고 건들거리는 자신이 너무 싫어서 정자세로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대중이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그는 이렇게 고백했어.
"저는 저를 감추기 위해서 뭔가를 덧씌워 왔던 것 같아요. 안 보이고 안 들키게 더 멋진 것들로 더 근사해 보이게 만들려고요. 근데 재밌는 거는 그렇게 쪽팔려서 가리면서 또 동시에 저를 채우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거죠. 말하자면 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들이 이상하게도 그나마 나를 사랑하게 만든 재료가 됐던 거예요. 제가 맨 초반에 말했던 거 있죠. 나는 내가 좋아, 나는 내 얼굴이 좋고, 몸이 좋고, 눈이 좋다고 한 말 있잖아요. 그게 어쩌다 보니 거짓말이 아니게 된 거죠. 조금.. 거짓말이네요."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면서 스스로를 회복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의 말은 너무도 솔직한 고백인 거 같아. 지금 자이언티는 그냥 보기에도 멋과 권위가 느껴지게 만드는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니 삐쩍 마른 몸과 작은 눈, 스스로가 얇고 빈약하다고 표현한 독특한 음색 등 여러모로 눈에 띄는 가수였지.
대중에게는 그게 그를 자이언티라는 독특한 음악가로 만든 특징이었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가리고 싶고 뭔가 그럴듯한 것들로 덧씌우고 싶었던 자기 비하와 열등감의 근원이었다고 표현해. 그랬을 것 같아. 그는 사랑받고 자라고 내면에 창작의 욕구와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치는 외적인 자신의 빈약함과 볼품없음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요즘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주인공인 루미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가리고 숨기려고 해. 반은 악마 반은 헌터인 자신의 본래 모습이 드러난 보라색 패턴을 숨기고 가리려다가 원래 모습을 들킨 후 자신의 세상이 모두 파괴된 후에 루미는 산산이 부서진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 후 세상을 수호하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게 돼.
노래도 애니메이션도 너무 잘 만들었지만 이런 원형의 스토리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을 거야. 사자 보이즈와 귀마를 물리친 마지막 노래 '이게 바로 그 소리야(What it sounds like)'에서 루미와 헌트릭스는 이렇게 노래해.
지금은 오직 진실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증명할 뿐이야
나에 관한 것 중 최악은, 내가 부끄러워했던 패턴들이야
나조차 이해 못 했던 것들
고치려 했고 맞서 싸우려 했지
머리는 혼란스럽고 마음이 갈려졌어
거짓말들이 충돌했어
왜 너를 믿지 못했는지 모르겠어, 네가 내 편이라는 걸
산산이 부서진 나,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깨진 유리 조각들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이 보여
상처는 나의 일부, 어둠 그리고 조화
거짓 없는 내 목소리, 이게 바로 그 소리야
왜 머릿속에 있던 색깔들을 숨기려 했을까?
그 뾰족한 모서리들이 빛을 만나도록 했어야 했는데
네 안에 숨겨진 걸 보여줘, 너만의 조화를 찾아줄게
우리가 쓰지 못했던 노래, 이제 여기서 울려 퍼져
자이언티의 목소리도 그리고 헌트릭스의 이 노래도 '깨진 유리 조각들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이 숨기려고 했던 약점과 두려움을 드러낸 후에 스스로 깨졌다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니까.
이미 성공한 자이언티도 그리고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는 루미와 헌트릭스도 아닌 여전히 어딘가에 묻혀 깨진 조각으로 빛나는 우리일 뿐이지만 여기에 우리 모두의 출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깨진 조각으로 뾰족하게 묻혀있지만 우리도 빛날 수 있는 거울 조각임은 분명하니까.
스스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놓아버리고 그리고 나아가자.
그렇게 할 때 회복은 시작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