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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Nov 05. 2017

1. UX디자이너의 4가지 트랙

라이센스 없는 디자이너의 생존전략

SNS를 통해 올라오는 글을 접해보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UX디자이너들이 그 다음 스탭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주니어 때는 모두가 IA나 스토리보드와 같은 문서작업으로 똑같은 일을 시작하지만 잘 만든 스토리보드만으로는 광을 팔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오면 그 이상의 무언가에 대한 갈증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듯 하다. 아무래도 '제품' 디자이너나 'GUI' 디자이너와 같이 디자인하는 목적물이 분명한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명함만 봐서는 대체 뭘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UX디자이너'라는 직무의 어감 자체에서 오는 모호성도 이 풀리지 않는 숙제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아직도 주니어 티를 못 벗은 4년차 UX디자이너(라고 쓰고 회사원이라 읽는다)이지만, 그 동안 운좋게 다양한 Industry에서 합류한 선/후배 디자이너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UX디자이너에게 적어도 4가지 커리어 트랙이 있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게 되었다.



A. 서비스 기획자


UX디자이너를 치환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말은 아마도 '기획자'일 것이다. 서비스 기획 직무가 UX디자이너 직무와 나뉘어 있는 회사들도 있지만, 매우 고도화된 서비스 운영/기획이 이루어지는 IT Industry가 아닐 바에야 대부분 서비스 기획자와 UX디자이너가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확실히 '기획자'라 불리는 쪽이 화면이나 기능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이해를 요하는 문제들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주로 고민하는 것: 이 서비스를 왜 해야돼? 이 기능은 꼭 필요해?

주로 하는 것: 엑셀, PPT, (가끔씩)스케치+플린토

일 잘한다 소리 들으려면: GUI디자이너를 쫀다



B. 인터랙션 디자이너


실력있는 GUI 디자이너는 라이센스가 없어도 굶어죽지 않을 기술이 있다. 그러나 UX디자이너는? (...)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인터랙션 디자인이다. 예전같으면 코드를 알아야 끄적일 수 있었을 움직이는 디자인 결과물을 이제는 프로토타이핑 툴의 대중화로 UX디자이너들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마저도 고퀄 디자인 결과물로 직접 인터랙션까지 뽑아낼 수 있는 GUI디자이너들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함정..)

주로 고민하는 것: 어떻게 구현하지?

주로 하는 것: 스케치, 포토샵, 프레이머, 프로토파이

일 잘한다 소리 들으려면: Hi-fi 프로토타이핑 툴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화면에 항상 띄워놓는다

이런 창 하나만 띄워놓으면 '코딩하는 천재 디자이너'라는 칭호을 획득할 수 있다



C. Project Manager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PM은 주로 엔지니어 출신이 맡는다고 하지만, 대기업에서 작은 규모의 웹/앱 구축 프로젝트나 기존 서비스의 개선 등에서 UX디자이너가 PM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다만 주된 작업은 철저하게 계산된 WBS 문서를 만들어서 업무를 분배하는 일반적인 PM 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이 기획한 프로젝트(또는 기능) 구현을 위해 계약된 에이전시의 실무자(디자이너, 기획자, 프로토타이퍼 등)들을 대상으로 산출물 퀄리티를 관리하고 이를 의사결정 받아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역할이다.

주로 고민하는 것: 협력업체 디자인 퀄이 안나오는데 어쩌지?

주로 하는 것: WBS를 작성하기 위한 엑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이메일

일 잘한다 소리 들으려면: 개발자를 쫀다



D. Product Owner


보통 일반적인 문과 출신의 직장인들이 꿰차는 역할이지만 UX디자이너로서 업무 영역을 비즈니스 쪽으로 확장시키다보면 닿게 되는 종착점이 바로 PO이다. 어쨌든 (개나소나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UX디자이너는 화면단에서의 기능 구현이나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좋은 PO가 될 자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복지부동의 개발자(칭찬은 개발자를 춤추게 한다), 그리고 기쌘 사업부 담당자들과의 기싸움에서 굴하지 않을 말빨과 업무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주로 고민하는 것: 이 기능을 구현하는데 있어서의 제약조건은? 이번달 MAU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지?

주로 하는 것: JIRA와 같은 협업 툴에서 백로그 관리, 사업부와의 말싸움

일 잘한다 소리 들으려면: 친인척을 동원해 앱스토어 평점을 끌어올린다



그 밖에 UX리서쳐, 테크니컬 라이터, 디지털 전략 컨설팅 등도 UX디자이너가 고민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뭐 이렇게 할 수 있는게 많아? 라고 하면, 그만큼 UX디자이너라는 직무의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생존전략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씁쓸한 결론. (이만 공인중개사 인강 들으러 총총..)


나는 누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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