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눈에 비친 디자이너
디자인 전공도 아닌 주제에 디자이너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달고, 소위 “뼈자이너”라고 불리는 디자인 전공 출신의 UX/UI디자이너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느낀 점들.
회사에 적을 두고 상업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작업실에 틀혀박혀 홀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와는 다르다.
아무리 디자이너의 독립성을 존중해주는 회사의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결국 조직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윗사람의 의중에 맞는 결과물을 뽑아내고, 다른 동료들과 무난하게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환영받는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창조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인지 디자이너들은 아무래도 외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개성있는 옷 센스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더 디자이너처럼 보이기는 한다.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민머리라면 포트폴리오 꺼내기도 전에 합격 도장을 찍어준다 카더라)
그런데 그간 프로젝트로 만난 수십명의 디자이너를 생각해보면, 이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외모에 별 신경쓰지 않는 디자이너일지라도 디자인을 기막히게 잘 뽑아내는 사람이 있었고, 반대로 옷 입는 센스는 탁월해도 디자인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외모로 사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건 디자이너에게도 통용된다는 말.
놀랍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디자이너는 가장 디자인을 잘 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디자인 자체가 업무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업무이다. 즉,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자신의 디자인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종종 이러한 능력이,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디자인 실력보다도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현실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입으로 디자인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
디자이너는 직무일 뿐이지, 다른 인종이 아니다.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껍데기를 벗겨보면 그들도 그저 월급날을 기다리고, 상사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지닌 회사원이라더라. 그러니까 머머리 디자이너한테 쫄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