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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Jan 29. 2019

실수 없이 말하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평생을 해왔지만 여전히 자신 없는 일이 있다면 바로 '말'하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꼭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된다.

어떤 것들은 너무 작아서 듣는 사람도 모를 정도이고, 또 어떤 것들은 너무 큰데 나만 모르는 것일 때도 있지만, 빈도로만 따지면 대체로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말 실수를 한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수 십년간의 반복되는 실수를 통해서 깨달은 방법은, 말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 시간이든 잡담할 때든, 카톡이든 전화로든 그냥 말을 최대한 하지 않으면 그에 비례해 실수를 할 확률은 줄어든다. 그런데 이렇게 매사에 입을 다물고 있으면 큰 부작용이 생기는데, 하나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는다는 것,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친밀도를 쌓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할 순 없으니 뭐라도 말해야 할 때가 생기고, 말을 하다 보면 1절에서 끝나야 할 말을 2절, 3절까지 늘어뜨리게 되고.. 그러다가 4절까지 하면 아차, 싶을 때 실언이 튀어나오게 된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새해가 되면 자신과의 약속 몇 가지를 정하고 그것을 한두달 내 어기는 것을 연례행사로 치르는데, 올해는 '무리하지 말자'라는 약속을 했다. 특히나 이번 해에는 얼마나 의욕이 넘쳤는지 매일 쓰는 메모장 앱에도 써놓고 아내한테도 얘기하고 회사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OO씨는 올해 계획 같은거 없어요? 저는..' 하면서 사방 팔방에 떠들고 다니기까지 했는데, 그 '무리하지 말자'라는 것에는 말을 할 때도 1절까지만 하자, 욕심이 나더라도 절대 2절을 넘어가지 말자, 라는 깊은 뜻이 있다는 부연 설명까지 해 가면서.


그래서 오늘 갑자기 새해 다짐을 이렇게 복기하는 이유는, 오늘 신나게 2절, 3절까지 떠들다가 말 실수를 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해 다짐을 1월에 모두 어겼다


말 실수를 안하는 방법은 영화 '관상'의 조정석처럼 목젖을 잘라버리는 방법 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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