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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Feb 09. 2019

나이듦에 대하여

종종 나이 들었음을 느끼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줄 알았다.

서른은 너무 멀어 보였고 아저씨가 되기에도 너무 멀다고만 생각했기에 어른들을 무시하곤 했다. 

의욕도 능력도 없어 뵈는 꼰대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나도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1

한날 한시에 입사한 동기들 중 몇몇이 대리 특진을 하던 날, 

부잣집에 장가간 잘생긴 회계사 친구와, 억대 연봉을 받는 증권사 영업직 선배와 함께 맥주 한 캔 들고 강 건너 반짝거리는 불빛의 수많은 아파트들을 보면서, 

아, 우리 대학 다닐 땐, 30살에는 저런 아파트 중 하나는 내 집이 되었을거라 생각했는데, 라는 푸념을 했던 때.


2

그리고 그 선배가 청약으로 영등포에 재건축 아파트 하나를 얻고 나서, 

'서울에 아파트 있는 남자'를 간판으로 걸고 소개팅을 구하던 때.


3

그 선배 얘기를 회사 동료들에게 흘렸더니 관심을 보이는 동료가 있어서 소개팅을 해준 때.


4

어느 복날, 94년생 동료와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으러 간 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삼계탕 뚝배기를 사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전송하고 있는데

똑같은 광경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공유하는 그 친구 모습을 보면서, 우와, 우와, 했던 때.


꽤 친했던 이전 회사의 입사 동기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벌써? 싶었는데 그 아이가 둘째라는 말을 들었을 때.


6

엊그제 군대 간다고 했던 광희라는 연예인이 요즘 티비에 나오는 걸 보고,

요즘 연예인들은 휴가나와서 방송 찍나?라고 생각했던 때.


출근할 때 입을 옷 고르다가 다 귀찮아져서 아무거나 걸치고 나온 날,

어쩌면 나도 내가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아재들의 모습에 가까워지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



그렇게 나도 나이가 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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