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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Jan 14. 2016

놓치는 것들

나도 더 자주 연락 하고 싶은데, 사실은.

1월 1일,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않던 후배들에게서,

일하면서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안부 인사가 왔다.

나도 사실 카톡 하나, 문자 하나 쯤은 보내야 하나 생각은 했지만 먼저 하지 못했다.

오는 인사에만 답을 줬을 뿐이었다.


또 생각나는 은사님들이 계셨었지만 하지 못했다. 

여름 휴가 때 일본 여행을 가서 사온 사케도 아직 책상에 그대로 있어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차라리 구정 때 찾아뵙자는 마음으로 결국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오늘은 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기의 생일이었다.

실기실에서 같이 밤 새고, 과제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친구였다.

알게 모르게 평소에 고마운 점도 많고 은근하게 의지도 했었다.

어제부터 생각했었다. 꼭 이 친구의 생일을 챙겨주겠노라고.

또 하지 못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오늘 원래 나 나름대로 정해진 일정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오후에 갑자기 미팅을 대신 가게 되었다.

왕복 3시간, 미팅 1시간, 오후가 다 날아가는 일정이었다.

다녀와 못 했던 일을 쳐내니 지금 시간, 오후 11시 30분.

퇴근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친구 생일이 퍼뜩 떠올랐다.

부랴부랴 연락해 멋쩍은 생일 축하 인사와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미안하기도 하고, 아쉬웠다.


혹자는 아주 편한 사이, 정말 친한 친구끼리는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형식적인 것에 매달리며 살지 말라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정말 친한 친구, 가족들에게는 이렇게 아쉽고 불편한 마음까지는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형식적으로, 일을 위해서라도 새해 인사를 올려야 했던 분들도 계시고

살다보면 친하지는 않지만 챙겨 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꼭 그 사람들에게서 언젠가 도움을 받겠다던가, 연락을 해야만 할 것 같아서라던가 뭐 그런 생각이 아니고,

그냥 정말 순수하게 안부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인 거다.


그런데 마음만 있다. 원래 표현하지 않는 진심은 의미 없는 거라고 했는데

항상 생각하면서 잘 못 하는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더 이렇게 되는 것 같다.

핑계와 아쉬움만 남은 밤이다.



오늘 생일인 그 친구와 함께 갔던 2014 아트토이컬처 전시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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