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시티 바이크, 스톡홀름 미스터 프렌치, 로젠달 가든
내가 코펜하겐을 다니면서 가장 놀랐던 세가지는 자전거가 정말 많다는 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이 정말 많다는 점, 평일 대낮에 왜이렇게 사람들이 놀고 있지? 하는 거였다. 그래서 코펜하겐의 길거리를 사진에 정말 많이 담았다.
스톡홀름은 머무르는 기간도 짧았고,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걷기에 좋지는 않아서 유명 여행지만 갈 뻔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몇몇 곳에서 로컬들의 민낯을 볼 수 있었고 기대 이상의 경험을 했다!
코펜하겐은 시티 자체가 크지가 않은데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자전거 도로가 아주 닦여 있고, 걷기에도 좋은 도시이다.
Dronning Louises Bro
내가 숙소에서 다른 지역 갈 때마다 지나쳤던 다리가 있었다. 그땐 몰랐고, 나중에 구글 맵에서 이 다리 이름을 찾아 보았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거의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나쳤다. 그때마다 '떠나기 전에 한번은 내려서 보고 가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날 시티 바이크 타고 지나갈 일이 있어서 걸어서 갈 수 있게 되었다. 바이크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일부러 걸어서 이 근처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오드럽가드 미술관에서 베스터브로로 시티 바이크 타고 가던 길이었던 것 같다. 바이크가 안내해주는 대로 네비 찍고 가고 있었는데, 이 다리를 만나서 굳이 자전거 주차해놓고 사진을 찍고 갔다 ㅋㅋ
사진 찍어주는 코펜하게너가 '너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라고 스윗하게 얘기해줬다!
자전거의 도시, 코펜하겐
자전거가 정말 많다. 정~말 많다. 사람 많은 번화가에서는 신호가 바뀌면 이렇게 자전거 떼가 우르르~ 지나간다. 자전거 모양도 가지각색이고 출근 시간대에 보면 정장에서부터 캐주얼 차림까지 복장도 다양하다. 코트에 부츠 신고 자전거 타는 30대 여자 보고 멋있어서 감동의 박수를 쳤다는 후문이..
나도 시티 바이크를 빌려서 탄 날. 4~11월까지 처음 탑승은 무료지만 3시간 초과되면 요금을 내야 한다.(시간당 24dkk, 4500원) 보증금은 200dkk인데 온라인으로 미리 해야 도킹 스테이션에서 탈 수 있다.
여기까지 알고 탑승을 한 것 까진 매우 좋았다. 뇌레브로 숙소에서 오드럽가드 미술관까지 탔었는데 약간 미친짓이었다 ㅋㅋㅋㅋ 시티 바이크는 말그대로 '시티' 바이크라서, 코펜하겐 시티 안에서만 타는 것이 좋다.
일단 오드럽가드까지 그렇게 먼 줄 몰랐음..ㅠㅠ 날도 더운데 좀 힘들었다. 그리고 시티 밖에는 도킹 스테이션이 아예 없고 추가 요금이 생각보다 비싼 탓이기 때문이죠.. 나는 결국 안해도 될 booking 까지 멍청하게 하면서 한 3만원 썼다ㅋㅋ
그래도 추천하는 코펜하겐 시티 바이크 Tip
1) 전기 자전거라 진짜 대박 무겁다. '자전거라는 것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나? 이건 그냥 쇠 덩어리가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드는 무게감이다. 그리고 덴마크 여자 평균 신장 170cm를 과시하듯, 기본 안장이 엄청 높다. 내가 운동 신경도 좋고 자전거도 잘 타는데, 체구가 작아서인지 잠깐 서있다가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간 적도 있었다. 보통 잡으면 세워져야 하는데 무거우니까 중심이 금방 넘어가버려서 넘어졌다. 그래서 몸무게가 50kg 이하이거나, 운동 신경이 너무 없으신 분들은 타기 어렵지 않을까..?
2) 대신 전기 자전거라서 네비도 달려 있고, 자동 부스트(?) 기능이 있어서 내가 페달을 다 밟을 필요가 없다. 일단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 내가 쓰는 힘은 일반 자전거에 비해 1/10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장거리도 탈 수 있었던 것 같다.
3) 그래도 코펜하겐의 모든 도로는 '인도-자전거 도로-버스 차선-차도' 이렇게 4개로 구획되어 있고, 시티 안쪽은 길 자체가 넓지 않고, 모든 교통이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다.
나는 운전 면허가 없는데도 도로 인포메이션이 직관적인 덕분에 다른 자전거 운전자들을 보며 눈치껏, 큰 어려움 없이 타고 다닐 수 있었다.
평일 낮인데 왜 때문에 다들 놀아요?
그리고 대놓고 찍기 뭐해서 많이 안 찍었지만, 대체 평일 낮에 저렇게 나와서 노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까.. 일은 안하나.. 너무 궁금했다.
우리는 평일 낮에 어디 나가보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무리 혹은 나이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 많은데, 여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다.
또 자전거만큼 유모차도 정말 많다. 특히 유모차 끌고 다니는 젊은 아빠들이 정말 많다. (라떼파파라고 부른다던데) 아마 덴마크는 육아휴직을 남자들도 꼭 쓰게 해서일 것 같은데 후드티에 청바지 입고 되게 힙한 젊은이인데 유모차 끌고 가는거 보면 그렇게 멋질 수가..!
대중교통도 유모차 타는 사람들을 위해 잘 설계되어 있다.
코펜하겐에서는 항상 모던한 느낌만 받았는데, 센트럴 역이나 트레인은 유럽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있긴 했다.
대단한 걸 하지 않았지만 4일 내내 걷는 것만으로도 도시 특유의 세련됨과 여유에 행복했다.
구시가지 감라스탄과 요즘 핫한 쇠데르말름 사이에 있는 항구에는 몇몇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중 가장 예쁘고 감각적이라고 생각해서 들어갔다. 음식도 훌륭하다.
주소 : Tullhus 2, 111 30 Stockholm, 스웨덴
가격 : 점심 런치 135sek
여기는 미스터프렌치 앞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항구이다. 이날이 쇠데르말름 다니면서 2만보 걸은 날인데, 날씨가 다했다.
로컬들도 많이 찾는 레스토랑이라고 하는데 내가 오픈하자마자 들어가고, 꽤 많은 사람들이 연이어 자리를 하나씩 채워갔다.
훈훈한 매니저와 북유럽 청년들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Shade or Window 를 묻는데 니 옆..이라고 하고 싶었다.
메뉴 뭔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오늘의 메뉴 달라고 했다. 135sek 정도였고 물을 따로 주문해서 한 200sek 쯤 나온듯. 토마토 소스 같은 소스와 함께 식전빵이 나왔다.
돼지고기를 숙성시켰는지 아주 야들야들하게 푹 익힌 식감이라 부드럽게 입에서 녹았다.
짭조름하게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고소한 맛이 나는 소스(?)가 고기 안에 있다. 그리고 저 하얀색은 감자를 치즈와 함께 아주 잘게 으깬 것 같았다. 그래서 식감이 아~주 부드럽고 약간 느끼했다.
짠맛, 고소한맛, 느끼한맛이 어우러져서 한마디로.. 엄청나게 맛이 있었다..!
여기선 에피소드가 있는데, 워낙 뚫려 있다 보니까 내가 맛있게 식사를 하고 계산을 까먹고 그냥 나와버렸다 (ㅋㅋㅋ) 까맣게 모르고 쇠데르말름을 돌아다니다가, 2시간 후에 생각나서 부랴부랴 다시 식당으로 갔다. 나 신용카드 내역 있으니까 신고 당하고 출국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ㅜㅜ
매니저를 보자마자 "쏘오리!!!"라고 했더니 씨익 웃으면서 "계산할래?"라고 하더라.. 죄송합니다.. 어글리 코리안 될 뻔..
유르고르덴 섬 안에 있는 정원이자 자연주의 카페
주소 : Rosendalsvägen 38, 115 21 Stockholm, 스웨덴
가격 : 점심 145sek(2만원), 커피+케익 78sek(1만 2천원). 정확하게 각각 가격은 모름.
시간 : 11:00 ~ 16:00, 월요일 휴무.
스톡홀름에서 셋째날, 로젠달 가든이라는 로컬들만 안다는 전원 속 카페를 찾아갔다.
보통 스톡홀름 여행할 때 많은 이들이 찾는 '유르고르덴 섬' 안에 있는 카페이지만, 유명한 바사 박물관이나 스칸센 박물관을 지나서 약 10분 정도 걸어서 더 들어가야 한다.
버스 타고 마지막 종점에 내려서 사람들이 우르르 박물관으로 몰려 갈 때 나는 한적한 오솔길을 걸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찾은 이곳.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로젠달 가든은 원예작물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조리하는 모든 음식의 재료를 직접 재배한다.
그래서 완전 유기농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직원들이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고 있었다.
식물 종자부터 화분 식물, 원예 도구까지 가드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고 있었다.
구석구석 정원도 예쁘고, 온실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어서 앉지 않고 계속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찾아보니 왕실 가든이었다고 하든데, 내가 찍은 부분은 전체의 반도 안되는 것 같다.
이렇게 빵이나 잼류를 파는 베이커리도 있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많아서 피크닉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날씨가 변덕이 너무 심해서 먹구름이 심각하게 꼈다가, 이렇게 날이 맑아졌다가 했다.
해가 쨍 하고 날 때 셔터를 마구마구 눌렀다.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매일 바뀌는 메뉴인지는 모르겠지만 두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어서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주문하면 되고, 디저트류는 뷔페 식으로 담아서 계산하면 된다. 이보다 종류가 훨씬 많은데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식사 주문하면 맘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빵. 너무 딱딱해서 나는 이빨이 아팠다 ㅠㅠ
이 메뉴는 양고기에 콩을 넣고 칠리소스 같은 걸 넣은 스프 같은 거였는데 콩은 딱딱하고 뭐랄까 엄청 맛있진 않았다 ㅠㅠ 그냥 건강한 맛이랄까? 힐링하는 기분은 제대로 냈다.
그리고 참새들이ㅋㅋㅋ 호시탐탐 테이블을 노리기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내 음식을 빼앗길 수도 있다. 진짜 이놈들 근성이 대단하다..!
스톡홀름 전통적인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박물관들이 처음부터 딱히 끌리지 않았기도 했고, 로젠달 가든이 너무 좋아서 뒤의 일정을 다 취소했다. 자연 속에서 머리가 희끗하신 할머니들 사이에 있는 그 분위기가 너무 편안했다.
커피는 주문하면 먹고 싶은 만큼 따라 먹으면 된다. 커피와 디저트까지 주문하고 오전 내내 여유를 즐겼다. 셀카 찍고, 약 4~5일 정도 들어가지 않았던 회사 사내 메신저도 들어가보고, 잠수 탔던 카톡방에서 대화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