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감상문
지난주부터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다. 컨버스 하이를 살 것인가 반스 슬립온을 살 것인가. 둘 다 기본템이라 다 사면 좋겠지만 통장 잔고가 이를 허락해주지 않으니 원.
10년 전 대학교 교양강의 중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사이에 선택은 네 삶을 결정하는 고민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고민에 시간 뺏기지 말아라. 당시 그 말씀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하기야 티셔츠 하나 사는데 컴퓨터 앞에서 들어 앉아서 카트에 넣었다 빼고 있으면 한 두 시간은 우습게 가니. 그래서 그 백번지당하신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어떻게 쇼핑을 했느냐.
예를 들어 후드티를 하나 산다고하자. 그럼 쇼핑할 시간을 한 시간으로 정해놓고 사력을 다해 서핑을 한다. 물론 네이트온(라떼는 카카오톡 대신 이걸 썼다. )도 오프라인으로 해놓고서. 그 시간 안에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면 베리 굿, 아주 효율적인 쇼핑을 한 거다. 문제는 시간 안에 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지 못 할 때 발생한다. 그럼 마음에 들던 들지 안 던 내가 봤던 제일 마지막 옷을 샀다. 잘 입고 다녔느냐면.... 글쎄 나는 시간 효율적으로 쇼핑했고, 옷을 잘 입는 친구들을 보며 저렇게 옷 입고 화장하는데 쓰는 시간이 낭비라 생각하며 정신승리했다. 그러니 나는 그 옷에 만족할 수 밖에.
나중엔 아예 쇼핑하는데 시간이 아까워 엄마가 안 입는 옷까지 섭렵했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나름 빈티지다. ) 문제는 나는 옷을 잘 입고 싶었다는 거. 그렇게 아꼈던 시간으로 내가 했던 거라곤 새벽까지 술마신 뒤 택시타고 귀가하고 다음 날 오전 9시 수업 들으려 택시 타고 등교하기 같은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데 시간 쓰려고 쇼핑하는데 드는 시간을 그렇게 살뜰히 모았나싶기도.
나이키와 아디다스 사이에 고민이 인생을 바꾸지 않는다라... 그러나 우리의 취향은 크레이프처럼 쌓인다. 어떤 브랜드 사이에서 고민하는가, 그건 어쩌면 어떤 디테일을 결정하는가에 문제이기도하다. 그 디테일을 우리 삶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결국 한 사람의 결을 결정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건 그 사람이 비건을 할지 말지 어느 단체에 기부를 할 것인지에서부터 오늘 와이드핏을 입을지 레귤러핏을 입을지까지 그 모든게 총망라 된 거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고민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어떻게 일상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급의 고민만 하고 살겠나. 동생한테 어디서 밥먹자고 할까 같은 것도 동생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했으니 이 것도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물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동생의 고민을 듣고 그에 적절한 답을 말하는 건 내게 있어 헴릿의 그 고민급이기도하다. 그러니 선택장애도 개인의 삶을 다채롭게 하는 것이니,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도 풀죽을 필요 없다.
아직도 반스와 컨버스 사이에서 뭘 고를지 모르겠다. 엄청 고민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