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감상문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름의 작별 방식은 이렇게 쿨하다. 그렇게 쿨 방망이에 한 대 맞고나서야 올 한 해도 절반이 넘게 지난걸 깨달았다. 격정적인 사랑공세를 퍼붇던 남자친구가 뜬금없이 이별을 고하는 것만큼이나 냉혹하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찰라를 놓칠세라, 이 틈을 우울이 비집고 들어왔다. 너무 많은 생각이 나를 덮쳐, 어쩔 땐 고민이 머릿속에서 채 문장으로 완성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장이 시작되기도 했다. “아 졸업하면 어쩌… 어떻게 살면 좋을까.” 늘 같은 종류의 생각 속을 표류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마음이 번잡할 때면 나는 습관적으로 봤던 영상을 또 보고 또 본다.
첫번째로는 마일리와 아리의 듀엣, <Don't Dream It's Over>. 일전에 BBC Live Lounge 보는 걸 좋아해서 조회수 높은 순으로 영상을 정주행하다 Miley Cyrus가 부른 <Summertime Sadness>를 보게되었다. 기행으로 유명한 마일리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지 그 때 처음으로 알았더랬지. 그 뒤로 마일리 영상을 줄 곧 보다 Backyard Sessions의 이 영상이 얻어 걸렸다. 둘의 하모니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개인적으로 원곡 보다 더 좋은데, 정식으로 음원을 내줬으면… 각자 쥐랑 유니콘 마자마를 입고서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One Love Manchester에서 부른 버전보다 이 영상이 더 좋다. 자기 전에 들으면 기분 좋은 노곤함이 찾아온다.
Miley Cyrus covers Summertime Sadness in the Live Lounge
Happy Hippie Presents: Don't Dream It's Over (Performed by Miley Cyrus & Ariana Grande)
나의 십대때 우상 나카시마 미카. 한국에서는 눈의 꽃 원곡 가수와 영화 나나로 알려져있다. 가녀린 몸에 대비되는 카리스마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압도적인 가수다. 앨범을 몇 장 샀을 정도로 좋아하던 가수였다. 이효리는 10분이면 된다고 했지만, 나카시마 미카는 이 6분 남짓한 영상으로 관객을 홀린다. 영상 속 미카는 온 힘을 다해 부르는데, 그 모습이 이유 없이 감동적이다. 댓글 중 “나카시마 미카는 이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는 말에 십분 공감한다.
[한글자막] 나카시마 미카 -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끝으로 내 최애 영상, 제 50회 하프타임쇼. 한참 입시를 준비하던 때였는데, 점심 시간에 밥먹고 쉬면서 이 영상을 봤던 기억이 난다. 라인업은 무려 Coldplay, Bruno Mars 그리고 Beyonce. 때는 2016, 콜드 플레이가 앨범 <A Head Full of Dreams>로 메가 히트를 쳤다. 수록곡도 다 좋아서 주로 재즈를 틀기로 유명한 스타벅스에서 조차도 <Everglow>나 <Up&Up>를 틀어줬던 기억이난다. 영상은 Coldplay의 그 유명한 <Viva La Vida>로 시작해 <Paradise>, <Adenture of A Lifetime>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Bruno Mars가 <Uptown Funk>를 부르다 (사실 마크 론슨 곡이고 피처링을 브루노가 했는데 이젠 브루노 마스의 곡으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을듯하다.) “Stop wait a minute!” 하면 비욘세가 댄서들이랑 대형을 이루며 <Formation>에 맞춰 입장하는 것까지 모든게 완벽! 공연에 심취한 가수와 그 공연을 즐기는 관중을 보면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진다. 최근엔이 영상을 볼 때다마 슬슬 BTS가 나올 때가 됐는데라 생각한다.
Coldplay's FULL Pepsi Super Bowl 50 Halftime Show feat. Beyoncé & Bruno Mars! | NFL
이렇게 좋아하는 영상을 다시 보며 내가 이 영상을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고, 이 영상을 왜 좋아하는 지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내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곱씹게 된다. 물론 그런다고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진 않는다.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다시금 집중하면 이런 계절성 우울에 덜 휘둘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