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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도니 Jun 28. 2024

결혼을 앞둔 (그리고 결혼한) 친구에게

함께 행복해진다는 건


딱히 뭘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유월 말이야. 내가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아도 지구는 열심히 돌고 있나 봐. 나는 출근하자마자 너무 더워서 아이스커피부터 한 잔 마시고 시작해. 얼음컵에 네스프레소 캡슐 하나를 내리고, 잠시만 손님 왔어. 에어컨이랑 컴퓨터도 켜기 전에 오셨네. 너도 오전에 커피 한 잔 마셨을까? 그래 형부랑 같이 사는 건 어때? 뭐 별 다를 거 없다고. 흠 글쎄 난 말야 네 목소리에 안정감이 느껴져. 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이완되었다고 할까? 좋아 보여. 인스타 스토리에 직접 요리한 음식도 올리던데  솜씨 많이 늘었더라, 언제 나 한번 초대해 줘. (키트라도 모른 척해줄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하는 첫 번째 일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의자 내려놓기야. 뭔 뜬금없는 소리냐고? 우리 집 캐롯이(전에 말했나? 우리 집 로봇청소 이름이야) 낮에 청소하기 좋게 치워 놓은 가구를 원래 자리에 내려놓는 거야. 그리고 레몬수를 좀 먹고, 저녁을 먹는 거지. 그렇게 혼자서 좀 사부작 거리다가 자는 거야. 그렇게 사니까 결혼을 한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집안일을 같이 하고, 같이 저녁을 먹고 같이 잠자리에 드는, 그 ‘같이’ 한다는 건.


한 때는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난 다는 걸 그저 로맨틱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었어.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차 누군가와 ‘살아간다’는 것으로 생각이 옮겨가더라. 살아가는 것. 예전에는 나는 이런 걸 좋아하니(러닝, 샐러드, F1 레이싱, 독서… 아 너무 많다) 타인이 이런 걸 이해해 주고 같이 좋아해 주길 바랐거든. 그런데 요새는 나는 타인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가 이렇게 자문해 봐. 내가 타인에게 수용되고 싶은 만큼 타인도 그런 욕망이 있을 테니까.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서 사람들의 능력을 마치 공산품인양 스펙이라 부르더라. 그러니까 결혼‘시장’에서 잘 팔리는 ‘스펙’을 가진 남자, 여자 이런 식으로. 야, 너무 정 없지 않냐? 기계는 시간이 지나면 사양이 떨어지는데, 스펙으로 값이 매겨진 사람들은 어떨까? 아 물론 내 배우자는 이런 건 안 돼, 이건 이랬으면 해 하는 건 누구나 있지. 그래도 왜 사람은 시간이 지나서 더 멋져지는 경우도 있잖아. 나는 진실하고, 부지런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인과 더 돈독하고 멋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봐. 너는 형부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풍성한 관계를 맺을 거야. 너와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듯이 말이야.


늘 말했지만,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 세상 수많은 것들이 너를 흔들지라도, 굳건히 너와 너의 가족의 행복을 위해 당차게 살아가렴.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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