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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태공 Sep 18. 2023

(다시) 매일 글 쓰기_8일 차_나를 살리는 날


지난 목요일, 모든 강의를 마친 후, 다시 내 안에 영양분을 채우기 위한 일정이 진행됐다.

강사 브랜딩 과정 교육을 듣고, sns 계정 점검을 바로 하고,

토요일 새벽 붙박이별 모임이 끝난 후, 몸이 완전 그로기 상태에 도달했다.

진작부터 굳어 있던 어깨는 운동으로는 풀리지 않는 상태까지 도달했고, 목이 뻣뻣해왔다.

부랴부랴 마사지를 예약했다.

얼마나 정신없이 예약을 했는지, 고정적으로 받던 테라피스트를 지정 예약하는 것도 잊었다.


남편이 구워 둔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대충 슥슥 바르고, 커피 한잔 타서 요기를 하고 누웠다.

아이가 미술 수업을 가기로 한 날이라, 다행히 혼자 조용히 쉴 수 있음에 어찌나 감사한지.


예약 시간이 되어 집을 나섰다.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걸어갈 준비를 마쳤다.

이럴 때라도 걸어야지, 따로 시간을 내서 걸을 수는 없었다.


수변 산책로를 따라 조금 길을 돌아가다 보니 40분 만에 숍에 도착했다.

땀이 비 오듯 흘러 속옷이 몽땅 젖었다.

평소 땀을 잘 안 흘리는 편인데 땀이 이리 흐르다니, 몸이 안 좋긴 안 좋은가 보다.


이번에 숍에서 천연 오일을 개발했다며 페퍼민트와 라벤더 중 하나를 고르라고 시향 삼아 양쪽 손등에 바르고

차를 마시며 족욕을 했다.

근육통이 심하니까 페퍼민트로 할게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나니 몸이 벌써부터 늘어진다.


다행히, 나의 테라피스트, 권 선생님이 배정되었다.

뜨끈한 베드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아~ 이곳이 바로 천국인가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네, 몇 달 만에 온 것 같네요.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뭉쳤어요ㅠㅠ"

"그러네요. 상체가 너무 뭉쳐서 발은 조금 시간을 빼서 상체를 다 풀도록 할게요.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어깨랑 목이요."

권 선생님이 익숙지 않은, 그러나 몇 달 전보다 많이 능숙해진 한국어로 설명을 해주신다.


"허리도 아프게 생겼는데, 허리 안 아파요?"

"오 맞아요. 허리도 아파요."


귀신이시다.

등, 목, 어깨, 허리, 팔까지 총체적 난국을 앞두고 심호흡 한 번 깊게 후~~~

긴장 풀어라. 근육 뿌시러 들어가신드아~~~~~


권 선생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우두둑, 드드드드 뭉친 근육들이 날 살려라~~ 뽀개지는 소리가 난다.

어깨에 있던 피로곰들이 냅다 도망을 간다.

한껏 솟은 승모근에 붙어 있던 곰들아, 이제 그만 하산해 주겠니?


둔둔~한 상체에 비해 그렇지 못한 야들야들한 손목.

뼈 자체가 약하게 생겨 먹었다며... 팩폭을 ㅎㅎㅎ


자, 이제 허벅지랑 종아리 알 깰 타임이다.

저 알은 참... 구워 먹고 삶아 먹어 다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십여 년 전, 운동에 한창 빠져 살 때 트레이너조차 탐내던 나의 튼실한 종아리.

언제쯤 이 종아리가 제 역할을 다하게 될까.


천연 오일이라서 스팀 타월로 닦아내지 않고, 마른 수건으로 온몸에 흡수를 시킨다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좋은 제품이라 그런가. 저가의 페퍼민트 오일을 쓰는 숍은 특유의 화끈거림과 열감이 있는데 편안하게 몸에 스며들었다.


이제 바로 누워서 아이마스크를 올리면 피곤한 두 눈 위로 온기가 쏟아진다.

잠이 솔솔~ 온몸은 노곤노곤하다.


복무 마사지를 하며 출렁이는 뱃살을 어루만져주고, 발마사지로 장기들까지 회복시키고.

골반 풀고, 하체 림프 꾹꾹 눌러주고 스트레칭 촤라락.

크~~~ 마사지 안 받았던 몇 달 동안 연수라도 받으셨던 걸까.

권 선생님 마사지는 원래도 좋았지만, 그새 기술이 더 느신 듯한 느낌적인 느낌.

권 선생님 손길 닿는 곳마다 아주 그냥 죽여줘요~~~~~~~~~~


바짝 썽이 나 있는 승모근 슬슬 풀어 예쁜 어깨라인 만들어주고, 쇄골 아래와 겨드랑이 림프까지 꾹꾹이를 하고 나면 몸속 쌓여있던 노폐물 쓰레기통 배출까지 완료다.

두피마사지, 귀, 목 뒤까지 구석구석 권 선생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뻥뻥 뚫리는 모세의 기적이!!!


앉아서 온몸 스트레칭하고 팔 뒤로 젖혀서 허리까지 발 꾹꾹 해주고 나면 내 몸 살리기 완료!!!

마사지가 끝난 후, 다시 수변 따라 걸어오니,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샤워하고, 김익한 교수님 강의 듣고, 정리하며 오후 시간 마무리.


남을 위해 내 지식과 지혜를 나눴으니 다시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나를 살리기 위해, 그 소중한 하루를 지키기 위해, 아이에게 미리 오늘은 친구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부탁을 해두었다.

대신, 내일은 엄마랑 같이 쇼핑하고 맛있는 것 먹자고 약속을 하며 딸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고.


예전에는 아이 친구들이 와서 놀면 엄마는 서재에 있을 테니, 너희들 마음껏 놀아라~라고 했지만,

완전한 차단만이 완벽한 몰입을 경험하게 해주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한 달에 하루는 전자기기와 아이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나의 안위가 최우선인 엄마.

아이가 좀 커서인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알아서 친구 집에 가서 논다고 하고,

친구의 엄마들도 그런 내 사정을 알아주고 아이를 케어해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 엄마의 변화와 성장에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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