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작가 북토크 1부
올해 우리 사장님이 온 힘 뽝!!! 주고 계신 사업. 읽걷쓰.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이 사업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굉장히 좋은 강연들이 많이 오픈됐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뭐 들을 만한 거 없나 기웃대다 발견한 소식.
2023년 9월 22일. 19:00~21:00
인천광역시교육청 중앙도서관 지하 1층 문화누리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작가 북토크.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일단 신청. 37등. 다행히 50명 선착순 안에 들었다.
일하는 틈틈이 오디오북을 들으며 영주가, 승우가, 민준이가 되어 보았다.
퇴근 후 서둘러 가서 본청에 근무하는 지인들을 만나고 갈까, 저녁은 혼자 먹는 게 나을까
여러 궁리를 하며 신청 명단을 보는데 후보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박*요, 이*심.
저기.... Hoxy....
내 예상이 맞았다.
함께 가면 좋겠다 마음이 들던 차에, 참석 문자를 받았다고 하시는 선배님들.
"우리 만나서 저녁 먹고 같이 가요!!!"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을 하나 픽했다.
맛은 모르겠고, 제일 가까운 곳으로.
"보통날의 파스타"
(내가 추천해 놓고 가게 이름이 기억 안 나 오늘의 파스타로 검색한 건 안 비밀.)
"저는 도착하면 6시쯤 될 것 같아요."
"천천히 오세요. 저희는 책 읽고 있을게요."
퇴근 시간 땡 하자마자 나온다고 했는데, 친한 선생님이 냉장 보관해야 하는 막걸리를 선물로 주셔서
집에 들러 냉장고에 넣어놓고 후다닥 나섰다. 그러느라 시간이 더 지체됐다 ㅠㅠ
단호박크림파스타도 맛있어 보이고,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도 맛있어 보이고.
다이어트하자고 해놓고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식욕이 동한다.
종류별로 다 진행시켜!!
인천시청역 지옥의 5번 출구를 지나, 폴바셋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다.
지하 1층에 내려갔는데 주차장만 보인다. 아... 뭐지;; 또 길을 잘못 들었나.
혹시나 싶어 주차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식당 이름이 보인다.
이게 손님이 드나드는 길이 맞나 싶은 길을 들어서니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계신 수다를 떨고 계신 선배님들.
어쩌다 보니 붙박이별 내에서 북세라핌에 속한 분들이자, 나의 글쓰기 동료이자, 몰입 아카데미도 같이 하고, 코칭 과정도 같이 하고 있는 나의 동지들을 만났다.
내 도착 시간에 맞춰 음식을 주문하셨다고 하시는 센스쟁이 선배님들.
갈릭버터를 발라 구운 식전빵 토스트와 가지런히 정렬된 커트러리가 어서 나를 먹어줘~ 소리치고 있다.
고르곤졸라 피자,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 크림리소토가 식탁 가득 채워졌다.
고르곤졸라 위에 특이하게 사과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다.
도우는 바삭하면서도 너무 얇지 않아 파사삭거리는 식감이 없어 오히려 좋았다.
사과의 달큼함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꿀의 단 맛이 사과맛을 해치지 않아 참 다행이다.
쭉쭉 늘어나는 치즈는, 언제나 그렇듯, 옳다. 올바른 선택이다.
다음은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다.
오징어, 가리비, 새우살이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다.
과하지 않은 새콤함, 감칠맛이 식욕을 더 돋운다.
해산물은 전혀 비리지 않고, 토마토소스의 눅진함과 상큼함은 터질 듯 차오르는 나의 배를
끊임없이 잠재우며 "괜찮아, 아직 더 먹을 수 있어~" 달래주었다.
결국, 남은 소스에 식전빵을 찍어 먹기까지.(살.... 뺄 수 있을까?)
마지막은 대망의 크림리소토.
여자들이 모이는 곳에 크림소스는 빠질 수 없지 아니한가.
오, 그런데 여기 크림리소토는 여느 식당과는 다르다.
전혀 느끼하지 않다. 아니, 피자 위 치즈보다 안 느끼한 이 맛은 뭐지?
눈이 번쩍 뜨여 숟가락 탐험대의 탐구 생활이 멈추질 않는다.
후추 가루가 과하지 않게 들어가 1차적으로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잘게 다진 채소가 아삭하게 씹히며 2차 느끼 정복.
어라, 할라피뇨가 들어 있네?
이것이 바로 이 집의 킥이었던 것인가.
양식에는 피클 조합이 진리인데, 피클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맛이다.
그래도 예의상, 파스타 집 왔으면 피클은 먹어줘야지.
피클 무가 아삭하다. 가끔 먹으면 눈을 찡그릴 정도로 신 맛을 내는 피클을 주는 집이 있는데
이곳은 피클마저 소박한 새콤한 맛을 낸다. 피클의 정석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커피머신 옆에는 테이크아웃 잔이 없었고,
이미 목구멍까지 음식이 차올랐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식당을 나섰다.
별다를 것 없는 금요일 오후로 기억될 수도 있었던 우리의 보통날은
특별한 만남, 특별한 사람들, 특별한 기회로 더 이상 보통날이 아니게 되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어떤 의미를 주느냐에 따라 의무감이 되기도, 소명감이 되기도 한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오늘, 당신은 누구와 함께 했나요?
우리의 보통스럽지만 특별한 날은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