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수영 데이가 밝았다!!
몇 달 전부터 예쁜 수영복을 사두고, 드레스룸에 걸어 놓고는
이걸 꼭 올해 안에 입으리라 다짐을 하며 얼마나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던가 ㅠㅠ
한의원에서 부항 치료를 받을 때마다
“저 추석 때 수영복 입어야 되니까 자국 안 남게 해 주세요!!”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나중엔 원장님께서 알아서 수영복 입었을 때 보이는 부위만
요리조리 피해서 부항 떠주시는 센스를 보여 주시기도 했다.
어차피 얼마 먹지도 못할 거, 비싼 호텔 조식은 사치다.
여유 있게 아침잠을 푹 자고,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고고고~~
자,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핫둘핫둘 준비운동 해 주시고요.
샤워도 간단히 하고 물에 들어가야겠죠?
풍덩~
따가운 햇볕은 기본, 햇볕 받아 더 파랗게 빛나는 수영장은 덤, 게다가 푸르른 숲까지.
그래, 이거다! 이걸 위해 내가 여기에 숙박비를 탕진했다고!
어렸을 때부터 꽤 오랫동안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쳤는데 아이는 접영까지 모두 마스터하고,
배지를 다 채운 뒤에 쿨하게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수영에 “ㅅ”자도 얘기를 못 꺼내게 한다.
그때 교정반에서 힘들었던 걸까,
그래서 아이는 워터파크에 데리고 다닐 때도 이제는 그냥 물개가 되어 헤엄치고,
유유히 자기 내키는 대로 놀기 바쁜 아이가 되었다.
내가 이러려고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투자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영은 머슬메모리가 있는 운동이니까,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잘하겠지?
수영장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사진부터 찍어야지!
수영장 전경 한 바퀴 동영상 찍어주고,
어느새 킥판을 챙겨(아니 너 그거 없어야 되는 레벨이라고 ㅠㅠ)
물속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잠깐 불러내 본격적으로 놀기 전에 엄마의 인생샷을 찍어주는 게 우선이라며,
그래야 인스타를 깔아준다며 반 협박을 해 본다.
예쁜 핑크색 수영복과 파란 수영장이 어울려 꽤나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인스타는 하고 싶지만, 사진 찍는 건 세상 귀찮은 아이는 연사를 다다다다 눌러 버린다.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이제 물놀이를 즐길 시간.
괜찮은 레스토랑에 점심 예약을 해놓은 터라, 딱 1시간만 집중해서 놀기로 하고,
아이와 인피니티풀을 “각자의 방식대로” 마음껏 즐겼다.
방에 올라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후 레스토랑으로 출발했다.
제주도 맛집을 찾던 중 발견한 곳, 「비스트로 낭」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주택가 안쪽으로 지도가 나온다.
길치에다가 지도 보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공간 감각 따위 있을 리 만무한 초보 운전자는 또 겁 없이 일단 출발한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시골스러운 풍광이 펼쳐진다.
“오, 여긴 아까랑 다르게 좀 한적하네.”
그렇다.
한적하단 얘기=차가 없다=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 역시 없다는 뜻.
내비게이션이 인도하는 대로 잘~~ 따라가는가 싶었는데,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조금 더 가서 좌회전을 하라길래 알려준 곳에서 좌회전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불길한 예감은 왜 꼭 핸들을 꺾고 나서야 '뒷북'을 치며 찾아오는 것인지.
차도 없고, 사람도 없지만, 나만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좌회전한 길을 지나 길이 하나 더 있고, 나는 그 길로 갔어야 했고,
나는 방금 역. 주. 행. 을 했다는 것을.
서둘러 내 차선을 찾아가는 순간, 맞은편에 트럭 한 대가 다가온다.
만약 그 트럭이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얼마나 갔을까, 분명 내비게이션에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멘트가 뜨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아파트 단지만 보인다. 그렇다. 두 번째 난관이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고민하며, 다시 내비게이션을 봤다.
“엄마, 길이 바뀌었는데?”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시 차를 돌려 목적지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소요 시간 2분.
아, 여기가 아니고 옆 길이구나~~
응? 그런데 옆길로 지나가며 아무리 찾아봐도 식당이 안 보인다.
“채연아, 옆에 식당 간판 좀 보이는지 봐줄래? 비스트로 낭이야.”
“엄마 그런 간판은 없는데?”
아놔. 예약시간은 어느새 지나갔고, 예약금까지 걸어놨는데,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다!
아줌마의 오기가 발동했다.
내 기어코 식당을 찾고야 말리라.
외진 곳에 있다는 리뷰를 봤을 때부터 이 사태를 예상했어야 했는데.
한 바퀴를 돌아 반대편 차선으로 왔던 길을 거슬러 가며 매의 눈으로 다시 스캔했다.
내 마음속에는 김연우의 '이별택시' 가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아니 내비 아저씨!
“어!! 저거 아냐?”
드디어 찾았다.
정말 작고 소듕한 우리의 레스토랑.
너무 작아서 주차장 따위는 없을 것 같은.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를 찾는데, 아무리 봐도 횡단보도가 없다.
하... 세 번째 난관인가. 그래도 앞의 두 난관에 비하면 이 정도는 난관 축에도 못 끼지.
아이 손을 잡고 좌우를 살피고, 냅다 뛰었다.
“채연아, 경찰이 엄마 잡으러 오면 어떡하지 ㅠㅠ”
“엄마 괜찮아. 여기 카메라 없어.”
응?? 이럴 땐 제법 용의주도하다.
드디어 레스토랑 문을 열었다.
미리 생각해 두었던 메뉴를 주문하고, 아이와 잠시 셀카 타임.
엄마의 사진 요청에 미소 지으며 하트로 화답해 주는,
창가에 내리는 햇빛보다 빛나는 아이가 너무 예쁘다.
우리가 선택한 음식이 곧 서빙되었고, 역시나,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맛이다.
아이는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엄지 척을 하고는 내 메뉴까지 노리며 클리어를 했다.
다음 코스는 해안도로 드라이브인데,
지나가는 길에 몇 해 전에 묵었던 호텔이 있어서 아이 옷도 사줄 겸
호텔에 있는 쇼핑몰로 가기 위해 목적지를 변경했다.
“너 여기 기억나?”
주차 후 쇼핑몰 입구로 걸어가는 길에, 호텔 앞에 있는 놀이동산을 보며 아이에게 물었다.
“여기? 음....”
잠시 고민하던 아이가 외쳤다.
“어! 나 여기 기억나! 우리 여기 드래건 타러 왔었잖아!”
*드래건=몇 해 전 제주에 가족여행 왔을 때,
객실 상품에 테마파크 빅 3 이용권이 있어서 40도 열기 가득한 여름날,
아이와 남편 둘이 내 티켓까지 소진해 가며 몇 번씩 탔던 놀이기구이다.
“와, 기억하네? 이제 진짜 데리고 다닐 맛 난다~~”
호텔에 들어서자, 추석을 기념하여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엄마, 나 이거 하면 안 돼? 하고 싶어.”
아이가 하고 싶다던 것은 다름 아닌 과거시험.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리조트 컨벤션 센터에서 어린이 고객을 위한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각 부스별로 잡과, 문과, 무과 등의 콘셉트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과거시험 수험표를 받아 들고 아이가 선택한 것은 잡과 1 오색 송편 만들기와 잡과 2 자개 공예.
송편 만들기 부스에서 먼저 송편을 만들고,
송편을 안에서 주방장님이 쪄 주시는 동안 자개 공예를 체험하기로 했다.
송편 만들며 순박하게 웃는 모습이라니, 몸만 컸지, 어쩔 수 없이 아직 아이인가 보다.
송편과 자개 공예를 마친 후, 입구에서 솜사탕까지 야무지게 하나 돌돌 말아 만들어 주고, 바닷가로 향했다.
첫 코스는 말 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 해변이다.
아이에게 귀여운 말 등대를 보여 주고 싶었는데,
날이 흐려서 등대의 귀여움이 절반 정도 구름에 가려졌다.
등대 따위 중요하지 않은 아이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 동동거린다.
“바람 불어서 물 차가워서 발 담그는 건 안되고, 가까이에서 보는 건 괜찮아”
수시로 지나가는 비행기 사진을 찍는 사이,
아이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까지 내려갔다가 이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왔다.
“우리 사진 찍을까?”
순간 거센 바람이 불었다.
“안 돼~~ 내 앞머리 절대 지켜”
브이를 하며, 다른 손으로 앞머리를 가리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두 번째 코스는 협재해수욕장이다.
“너 몇 년 전에 여기 왔을 때, 수영복도 안 갈아입고 바로 물에 뛰어들어서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물만 보면 일단 들어가는 성격이 변할 리가 있을까.
아이는 어느새 신발을 벗고, 바닷물로 질주한다.
“아... 감기 걸릴 거 같은 날씬데...”
해 질 녘 어둑어둑해지는 하늘과, 에메랄드빛을 숨길 수 없는 협재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한참을 놀던 아이의 발을 씻기고, 호텔로 돌아와 쉬다가 택시를 호출하고 나갔다.
“너 야시장 제대로 본 적 없지? 우리가 있는 곳이 서귀포인데, 여기가 서귀포에서 유일한 야시장이래”
입구부터 제주도 귤보다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시장 먹거리들을 구경했지만,
우리가 먹고 싶은 메뉴는 모두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방금 갈아낸 듯한 한라봉 주스를 마시고,
그중에 조금 한산한 마시멜로우 구이 가게 앞에 섰다.
“영상 찍어도 돼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토치로 마시멜로우를 그을리는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영상을 찍었다.
하얀 마시멜로우가 갈색이 되는 게 신기한지 아이는 “우와~”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신다.
이렇게 우리의 달콤한 동행은 완료.
길은 여러 번 틀렸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의 여행은 오늘도 무사히,
미션 컴플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