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머문 자리

비가 머문 자리

by Shine K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이수는 회사에서 퇴근한 뒤 카페로 향했다. 도현과의 만남이 약속된 날이었지만, 그녀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긴장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빗소리는 여전히 그녀에게 익숙했지만, 도현을 만나는 날의 빗소리는 왠지 더 설레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카페에 도착하자, 도현은 창가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빗물이 맺힌 창문을 등진 그의 모습은 어딘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이수는 그를 발견하고 다가가며 살짝 웃었다.

“오늘도 먼저 와 있었네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도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수 씨가 오기를 기다리는 건 전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이 시간이 소중하죠.”


그의 말에 이수는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주문한 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도현은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오래된 건축물의 복원 작업을 맡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보람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건물을 복원하는 건 단순히 낡은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 기억을 지키는 일이죠. 그래서 더 책임감이 느껴져요.”


이수는 그의 진지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현 씨는 참 멋져요. 그냥 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도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사실 가끔은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때도 많아요.”


창밖으로 빗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며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수 씨, 비 오는 날이 이렇게 좋아진 건 당신 덕분이에요.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날씨였는데, 이제는 무언가 특별한 날처럼 느껴져요.”


이수는 그의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래요. 비 오는 날마다 도현 씨를 만날 수 있다는 게 기뻐요. 비가 저희를 이어주는 것 같아요.”


카페를 나선 두 사람은 한 우산을 함께 쓰며 거리를 걸었다. 도현은 우산을 살짝 기울여 이수 쪽으로 더 가깝게 맞췄다.


“이수 씨, 우산이 좁아서 불편하지 않아요?”


“아니요. 오히려 이렇게 가까운 게 더 좋아요.”


이수의 대답에 도현은 작게 웃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수 씨, 우리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이렇게 함께 걸으면 어떨까요?”


그의 말에 이수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비가 오든 맑든, 언제든 함께 걸어요.”


그날 밤, 빗소리는 두 사람의 마음속 설렘을 더욱 깊게 울렸다. 그들의 관계는 비 오는 날이라는 특별한 배경 속에서 점점 더 단단히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 에피소드 예고: “비가 이어주는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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