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멈춤의 시간
전업맘으로서의 일상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세상은 예상치 못한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찾아오며 모든 것이 멈추었다. 내가 살던 일상도, 가족의 하루도 갑자기 고요해진 것 같았다. 첫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서 머물러야 했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나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세상 전체가 발걸음을 멈춘 그 시간 속에서, 우리 가족은 작은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단순히 따뜻한 일상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매일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작은 일 하나에도 서로의 감정이 섞이기 일쑤였고, 어지러운 집안은 내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시간이 아이들과 더 깊이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외출을 줄이고 집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보려 노력했다. 함께 요리하고,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으며 아이들과 작은 즐거움을 쌓아갔다. 첫째와는 그의 학교 과제를 함께하며, 서툰 글씨로 적어 내려가는 모습 속에서 그의 성장을 느꼈다. 둘째와는 동화책을 읽으며 나만의 목소리로 그에게 세상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내게 큰 위안과 기쁨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내 안에 남아 있던 일과 커리어에 대한 갈망을 잊고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게 되었다. 매일 아이들과 교감하며 작은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과거의 성취감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채워주었다. 한 발 한 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는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깊은 유대감을 쌓아갔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시련이 없었다면, 나는 이만큼 아이들과 깊이 연결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세월이 지나가며 3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둘째는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며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겼고, 첫째는 초등학교에 적응하며 조금씩 더 독립적인 모습으로 성장해 갔다. 나는 이 모든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아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새로운 것을 배워갔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엄마로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코로나로 멈춘 3년 동안 내게는 무수한 감정의 변화가 있었다. 워킹맘 시절에는 아이들과의 시간을 쫓기듯 보냈던 내가, 이제는 그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잠시 멈춘 시간이 내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다시 움직일 때가 된 걸까? 다음 장에서 나의 선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