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새벽, 그리고 나를 찾는 시간
코로나 시기가 지나가고, 마침내 세상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는 마흔을 맞이했다. 그동안 나를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로만 규정하던 시간이 끝나고, 마흔이라는 새로운 나이 앞에서 삶의 무게가 달리 다가왔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지금 이 길이 내게 정말 맞는 길일까?“라는 질문들이 내 안에서 조용히 피어올랐다.
아이들과 함께한 전업맘으로서의 시간은 내게 안정감과 큰 행복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과거의 나, 꿈과 목표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며 나 자신을 펼쳐가던 시절의 내가 그리웠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맞이하며,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찾고 싶은 갈망을 품게 되었다. 단지 가족에게 의지하고, 아이들에게만 전념하기보다는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갈망이 커져갔다.
그 무렵, 나는 우연히 집 근처 절을 지나게 되었다. 마음을 정돈하고 싶다는 생각에 절에 기초학당에 등록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법당에 앉아 고요한 사찰의 공기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들여다보는 이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그동안 외면해왔던 내 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사찰의 고요함 속에서 시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는 동네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고요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잊고 있던 나의 열정이 서서히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숨소리에 맞춰 내 걸음이 빨라질 때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의지와 강인함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달리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동안 나를 위해 걸어온 시간이 소중했다면, 이제는 또 다른 나의 길을 향해 걸어가 보자.” 이렇게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절에서의 수양과 공원에서의 달리기는 내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어느새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꼈던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내 안에 여전히 꿈틀거리는 가능성과 에너지가 있음을 발견했다. 엄마이자 아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나는 나를 향해 작지만 따뜻한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었고,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전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그동안 워킹맘과 전업맘으로서의 삶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이제는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마흔의 새벽, 나는 내 안에 깊숙이 잠들어 있던 열정과 에너지를 깨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되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시금 떠오른 꿈이 하나 있었다. “내가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어떨까?” 그동안 일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자립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전히 나도 새로운 시작을 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에 대한 열망은 단지 커리어를 쌓는 목적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에게도, 가족에게도 조금 더 자신감 있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내가 단순히 아이들의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로만 머물기보다, 내 자신으로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한번 내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 안의 열정을 이제는 꺼내어 삶에 활기를 더할 시간이었다.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그때와는 다른 길이겠지만, 나는 다시 한번 나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한다. 마흔이라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 이제 나의 도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