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워킹맘의 길
난임센터를 다니며 일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출근 전후로 병원에 들러 검사와 치료를 받고, 업무 중에도 스케줄을 맞추어 병원을 찾는 일상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과정이었다. 회사에서는 일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일에 몰두했지만 사실 속은 초조하고 불안했다. 혹여라도 이 모든 노력이 또다시 허무하게 끝나버릴까 두려워, 불안한 마음을 혼자 감내해야 했다. 업무에 집중하려고 애써보았지만, 내 안의 무거운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치료와 검사를 받으며, 그 작은 희망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터에서도, 병원에서도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하며 버텨냈다.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을 지우기는 어려웠지만, 그 불안조차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겼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찾아온 새 생명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더욱 조심스럽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그 여정을 지켜내고자 했다. 일터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하루를 맞았고, 회사의 작은 일상조차 내게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며 나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이어갔다.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아픔을 견디며 깨달은 것은,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될 준비를 단단히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침내 11월의 어느 날, 첫째가 내 품에 안겼을 때 느낀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수많은 불안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만난 이 아이는, 나의 세상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처음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때, 나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후 드디어 복직 첫날,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섰다. 그동안의 공백이 느껴졌지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작은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의 무게로 바뀌었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워킹맘으로서의 길은 가보지 않은 길처럼 느껴졌다.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는 일이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눌렀다.
입주이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집을 나서면서도 한 번 더 뒤돌아보고, 출근길 내내 ‘아이는 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고, 아이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업무에 집중하려고 애써보았지만,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도 머릿속은 온통 아이 걱정뿐이었다.
회사에서는 늘 전과 같은 업무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동료들의 시선과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업무 중에도 아이가 울진 않을까, 이모님이 잘 돌봐주고 있을까 걱정이 끊이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 ‘이렇게까지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아이에게 소홀해지는 것 같고, 집에 있으면 일에 소홀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또한, 입주이모님과의 소통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모님은 분명 아이를 잘 돌봐주셨지만, 내가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길 만큼의 신뢰를 쌓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그걸 이모님께 모두 설명할 수 없을 때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하루 동안의 아이 상황을 묻고 체크하는 일로 내 시간은 더더욱 부족해져 갔다.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그야말로 끝없는 균형 잡기의 연속이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고 싶었지만, 어느 한쪽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가끔씩은 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도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지켜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냈다.
가끔씩 남편은 내가 조금 더 쉬어도 좋다고 말해주곤 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려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 한쪽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 무렵에는 지쳐 잠이 들기도 전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위로해야만 했고, 아침마다 “오늘은 조금 더 잘해보자”라고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던 것은 남편이었다. 그는 늘 내 편이 되어주었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다독여 주었다. 퇴근 후 늦은 밤까지 아이를 돌봐 주며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스스로가 그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남편의 지지 덕분에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나 자신을 향한 자책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워킹맘으로서 완벽해지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 속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회사에서는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려 애썼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길을 발견해 나가고 있었다.
“삶은 흔들리는 순간 속에서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어떤 배움을 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