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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Jul 25. 2022

'뉴스를 챙겨본다'는 괴로운 루틴

오늘 뉴스는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나의 굳건한 저녁 루틴은 퇴근 후 밥 먹으면서 실시간 뉴스보기다. 이날도 어김없이 저녁을 먹으며 실시간 뉴스를 틀었다. 앵커 두 명이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현 정부와 야당, 경찰의 대치가 심각하다는 분석을 전달하고 있었다. 2022년 대선에서 내 소중한 한 표는 사표가 되었지만, 어쨌든 국민의 (아주 미묘한 차이의) 과반수 이상 지지를 받고 들어선 정부가 국가를, 사회, 민생을 잘 살펴 돌봐주길 간절히 바랐다. 기대와는 달리 여당은 정권교체가 되자마자 보복성이 짙은 정치 행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이전의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기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여기나, 속히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봐주었으면 한다. 정쟁으로 서로의 입지를 굳히는 자존심 싸움에 구태여 많은 시간을 들이는 동안, 국민들은 생존을 다투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물가, 기후 위기의 보도가 끝나 한 숨 고르는가 싶었더니 이어지는 소식들은 내 손바닥을 저리게 한다. 한강에선 부패된 아동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미국에선 연이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남성 직장 동료에게 60대 여성 공무원이 주차장에서 흉기로 살해당했고,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자가 미국의 송환 명령을 거부하여 우리나라에서 받은 형량은 1년 6개월이라고 한다. 또 무너진 세계정세와 증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루나-테라 사건으로 삶이 무너진 사람들, 절박한 2030 세대의 투쟁,  시가총액만 어마어마한 대기업임에도 현장 노동자들은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근무 환경, 원예과 실습생이 그라인더에 빨려 들어가 죽음을 맞이한 끔찍한 보도를 마지막으로 나는 결국 뉴스를 다. 뉴스를 챙겨본다는 일이 꽤 무거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데, 항상 직시하고 어떤 척박한 세상에서도 통찰하고 살아남고 싶은데, 이웃들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싶지 않아 뉴스로나마 계속 닿고 싶은데, 제부터 뉴스를 트는 것이 이렇게 두려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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