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새벽은 참 멋도 없지. 겨울의 새벽은 푸르스름하고 냉한 기운이 창으로 흘러들고, 깊은 고요함이 함께한다. 겨울의 새벽하늘은 짙은 어둠과 동시에 빛을 품고 있다. 그 적막함과 고요함을 나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는 어렴풋한 착각에 빠지는 일은 즐겁다. 또 창을 열어 들이쉬는 숨에 묻어나는 새벽 냄새는 얼마나 기분 좋게 시린지, 겨울의 새벽이 너무 그립다. 그 새벽의 어르스름한 빛과 적막 속에 나는 무얼 해도 벅차올랐지.
여름의 새벽은 매력이 없다. 5시 반쯤 눈을 떴는데 창가에 흘러드는 분위기와 빛은 한낮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적막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게 만드는 힘찬 풀벌레, 매미 소리들. 풀벌레 소리를 싫어하진 않지만 빌딩과 아파트 숲 한가운데에 사는데 풀벌레가 그 어디에 끼어있는 건지, 그 우렁찬 소리가 빌딩 숲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여름은 도무지 정을 주기가 힘들단 말이지.
내가 겨울을, 겨울의 새벽을, 겨울의 모든 일상을 애정 하는 만큼 여름을 사랑하는 이들도 있겠지. 그들에게 여름은 어떤 매력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