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 같은 근육통이 느껴져서 충동적으로 난생처음 태국 마사지샵을 예약했다. 꽤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샵이 근처에 있었고, 90분에 4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기고 힐링하고 오자는 나의 다짐은 잠시, 아래는 마사지를 받기 시작하고 난 뒤 나의 의식의 흐름이다. 나같이 생각이 과하게 많은 사람은 태국 마사지도 못 받는다. 뇌의 스위치를 끄는 법이 있다면 좋겠다.
태국 마사지를 처음 받아보고, 게다가 혼자 간지라 조금 쭈뼛거리며 가게에 들어섰다. 대리석으로 장식되고 편안하게 어두운 조명들로 꾸며져 있었다. 데스크 직원의 안내에 따라 환복을 하고, 지정된 방으로 들어가 마사지사를 기다렸다. 가만히 방을 둘러보니 간단한 태국어 회화 포스터가 붙어있다. 한쪽 벽면에 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의 기본 인사부터, 어깨, 목, 허리를 부위별 명칭 그리고 세게, 약하게, 아파요, 더워요 등의 태국어 표현을 한국어로 발음할 수 있게 써놓았다. 가령, '안녕하세요 - 사와디깝' 이라고 쓰여있는 방식이었다. 다소 세심한 팻말에 감탄하면서, 마사지 분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태국어를 내뱉는 것이 내게는 생경해서, 마사지사분이 들어오기 전까지 사와디깝을 계속 시뮬레이션했다. 마사지사분이 들어오시면 꼭 현지 인사말로 환영해드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내 방에 점점 가까워지자 긴장이 됐다. 마음을 굳게 먹고 마사지사분이 들어오자마자 태국어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분의 반응이 꽤 당황스러웠다. 나의 인사에 흔하지 않은 광경인 듯 나를 바라보고, 잠시 뒤에 허허 웃으시더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받으셨는데, 그때의 분위기는 조금 민망했다.
내게 배정된 마사지사 분은 체구가 작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셨다. 마사지가 시작되었고, 그분은 체구에 비해 강한 압으로 마사지를 잘해주셨다. 다만, 나는 부위에 따라 강도가 달랐으면 좋겠다고 느꼈으나, (예상했던대로) 세게 또는 약하게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세게 해 달라기엔 들어오신 분이 체구가 작고, 뼈대가 가늘었다. 자신을 지렛대로 이용해 온갖 자세를 하는데, 걱정됐다. 이때부터 나는 마사지를 받는 육신의 감각에서 떠나 의식의 흐름 속으로 빠져버렸다.
"내가 충동적으로 예약한 것이라 지금 밤 12시인데, 얼마 동안 근무하시는 걸까? 괜히 내가 몸을 뒤척이면 아파 보이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최대한 가만히 있자. 목 뒤가 괜히 근질거리는데 그러려면 손을 올려서 긁는 자세를 해야 하는데 참자. 90분 내내 저렇게 몸을 쓰면 몸이 남아날까, 뼛마디가 아리진 않으실까. 머리마사지를 무슨 엄마가 내 머리 만져주셨던 것처럼 엄청 정성스럽게 해 주시네, 감동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힐링하러 온 건데, 슬슬 꺼지지 않는 뇌 스위치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사지를 받으러 와서 체구가 작은 마사지사분의 걱정을 구태여 하고 있자니, 문득 체구가 크고 무거우신 분이 마사지에 유리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의식의 흐름은 방향을 바꾸어 다시 질주한다.
"체구가 크시다면 자신 몸과 무게 자체가 마사지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 이 분은 마르신 편인데, 매일 이렇게 마사지를 하시면 뼈 건강에 유해하지 않을까, 좀 더 잘 챙겨 드셔야겠다. 내가 오늘 90분에 45000원을 지불했으니, 이분들이 하루에 6명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오전 2~3명, 오후 3~4명 등으로 계산하면 24만원정도를 일당으로 벌 수 있겠지?(60분짜리일 수도 90분짜리일 수도 있고, 시간은 상이하니 어림잡아 계산했을 때). 마시지샵에서 최소 반을 떼어간다고 해도 12만원은 버시는 거고, 주 2일은 쉰다고 가정하면 240만원정도는 버시는 거니 내가 그렇게 큰 걱정 않아도 되지 않을까? 어유 무슨 생각까지 하는 걸까, 마사지의 시원함에 집중하자. 와 이렇게, 나를 들어 올리고, 꺾는 자세도 많은데 나보다 훨씬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손님이 오면 얼마나 힘들까. 또 몸 구석구석을 마사지 해주시는데, 남성 손님을 받을 때 곤욕을 치르기도 할 것 같다. 자신의 온 관절과 뼈대를 도구삼아 마사지를 해주시니, 어쩜 이렇게 시원한가 싶으면서 동시에 계속 괜찮으신지 걱정이네."
"그런데, 난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재화)를 구매한 구매자이고, 이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의 동등한 입장인데 내가 이렇게 필요 이상의 염려를 하는 게 오히려 이들을 낮게 보는 건 아닐까. 대부분의 마사지사가 여성이고, 국적이 동남아에서 온 이들은 수적으로 지위적으로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것이 맞다. 그래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다면 다행이겠구나. 혹시 알고 보면 부르주아라는 노점상 노인분들처럼 엄청난 돈을 버는 건 아닐까? 내가 걱정할 처지가 아니신 분들 일수도 있어. 알고 보니 벤츠 타고 출퇴근하시는 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다다르고 말았군. 어휴, 다시 집중해보자. 아무 생각 없이 마사지만 받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