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오른쪽 귀가 먹먹하니 압이 높아진 느낌이었다. 이비인후과에 가야겠다 마음먹은 찰나 하품을 하는데, 뻐근-, 귀가 아니라 오른쪽 위사랑니 부분이 뻐근했다. 혀로 훑으면 아주 작은 돌기가 빼꼼 나와있는 매복 사랑니였다. 몇 년 간 있는 듯 없는 듯 쥐 죽은 듯이 있길래 품고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결국 제 무덤을 파는구나. 3년 전쯤 숨어있을 생각도 않고 당당하게 온 몸을 내민 왼쪽 위의 사랑니는 가차 없이 추방당했다. 내쫓아달라는 듯 아주 곧게 나서 서로 큰 갈등 없이 깔끔하게 헤어졌다.
씹을 때마다, 하품을 할 때마다 얄밉게 잠복해있는 오른쪽 위 사랑니가 뻑적지근했다. 거슬린다고 느껴지자마자 그날 낮에 치과를 예약하고, 저녁에 가서 매복 사랑니를 발치했다. 매복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다행히 수평 매복 사랑니처럼 악독한 녀석은 아니었다. 다만, 당혹스러웠던 것은 우지끈하는 단말마를 남기고 깔끔하게 뽑혀나간 이전의 사랑니와 달리, 이번 녀석은 의사 선생님이 각종 펜치를 변경해가며 온 힘을 다해 부들부들 떠실 정도로 굳건했다. 째고, 잡아 뜯고, 째고, 잡아 뜯고를 반복하기를 수어분, 의사 선생님도 살짝 머쓱하셨는지 뼈가 아주 단단해서 쉽지 않다고 허허 웃으셨다. 그리고 또다시 쥐어뜯고, 당기고, 밀고, 돌리고를 반복하시는데, 나는 마취를 한 상태라 아주 분주하고, 파괴적인 바깥의 움직임과 달리 무감각한 치아가 당혹스러웠다. 이래서 입만 뚫린 천으로 눈을 가려주는구나 싶었다. 이빨 전체가 뽑혀나가는 당김이 느껴지는데 괜찮은 건가, 아프진 않은데 계속 석션을 급히 하시는 걸 보면 피가 많이 나는 건가 하며 입만 구멍 뚫린 천 아래에서 꿈뻑꿈뻑, 멀뚱멀뚱 있었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후- 하고 숨을 내뱉으시며 아주 잘 뽑혔다고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내쫓은 군식구 사랑니를 구경하니, 아주 걸뱅이 같은 녀석이 좁은 내 턱에 비집고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크기도 내가 가진 이빨들 중에 가장 컸고, 다리도 3개나 되는 데다가 그 다리를 베베 꼬고 있는 형태였다. 의사 선생님이 왜 나사 돌리듯 빼셨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이빨을 달라고 해서 집에 데려왔다. 비롯 내쫓은 군식구지만,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지금 이틀 정도가 지났는데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아주 욱신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