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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Aug 23. 2022

언어는 지혜, 언어는 권력, 언어는 칼

언어는 존재



어휘력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늘 있었다. 언어, 어휘는 힘이고 지혜이자 혜안이며, 권력이고 무기다. 언어가 풍부해질수록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진다.


언어는 존재다. 언어로 규정되지 않은 현상들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열등감이라 표현하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한다. '어깨결림'이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밖에도 각자가 가진 언어는 고유한 사고 체계와 더 나아가 감각까지 형성한다.


언어는 칼이다. '정의'라는 어휘를 터득한 순간, 정의로운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득권'이라는 어휘를 터득한 순간, 아래로 향하든 위로 향하든 끝도 없는 비교의 늪에 빠지게 된다. 어휘로 규정되지 않았다면 내게는 보이지 않았을 개념들이다. 알면 알수록 세상에 대한 유기적인 통찰이 가능하지만, 알면 알수록 구태여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며 삶을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언어는 나를 향하는 칼이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더욱더 날이서는 칼.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다 싶은 어휘(개념)들도 많다. 하지만, 단순히 피로감으로 무지를 합리화하며 살고 싶진 않다.


언어는 인식이다. 가령,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들을 단순히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고 칭한다면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인다. 언어로 좋은 것을 나쁘게 포장할 수도,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언어는 권력이다. 식민지의 역사는 피식민지 대상의 언어를 박탈하려는 시도를 대부분 포함한다. 세종대왕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보다 몇 백 년 이전에 이미 식민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언론과 미디어, 매체가 언어를 지배하여 사람들의 사상에 침투하는 교묘한 술수도 가능하다.


언어는 눈이다. 내가 가진 언어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 내가 가진 언어가 곱고 정교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같아진다. 내 안의 감정을, 나의 바깥세상을 곱게 담아 바라보고 싶다면 좋은 것을 보고, 읽고, 듣고, 배워야 한다. 언어, 어휘에 대한 갈증과 갈망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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