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신용대출 상환
고물가에 대응하는 지극히 평범한 2030 사회초년생
나는 직장경력 약 4년 차이자, 100% 대출금으로 8천만원짜리 노후한 전세 투룸에 살고 있고, 부모님은 노후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다. 당연히 (타의적으로) 완벽한 경제적 독립을 이룬 상태다.
2022년 7월 15일 금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지수가 9%를 넘어섰고,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상승을 강경하게 진행했고, 우리나라도 역시 같은 형편이다. 사실상 코로나 사태 전후의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 대출이 폭증했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앞다투어 주택담보대출로 '영끌'하던 사람들은 지금 하루하루 메말라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에 나도 포함된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p 인상)에 이어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도 빅스텝(기준금리 0.5% p)을 감행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75%에서 현재(2022.7.15) 기준 2.25%가 되었다.
앞서 나는 직장경력 약 4년 차에 100% 대출로 8천만원짜리 노후한 전세 투룸에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은행의 청년전세대출 상품으로 8천만원 전세금에서 7천만원이 대출 최대한도였다. 매력적인 저금리 정책과 더불어 증시와 경제는 점점 살아나는 분위기여서 주저없이 나머지 전세금 1000만원도 신용대출로 충당했다. 그렇게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총 8천만원의 이자를 월세로 치며 꽤 만족스러운 재정상태를 유지해왔다. 대출 원금을 상환해서 줄어드는 이자보다, 상환할 돈으로 아주 안정적인 투자를 가정하여 미국 지수추종ETF만 매수해도 예상 시장수익률이 더 이득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이자가 이전의 두 배가 되었고, 동시에 스태그플레이션과 경제위기가 닥친 지금은 상황이 완벽히 달라졌다. 투자금으로 원금보전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이르렀으니 나는 빠르게 신용대출 1천만원을 상환해야겠노라 판단하고 실행했다.
결론은 아휴, 후련해. 정말 말도 못 하게 후련하다. 사실상 내가 1천만원을 상환한 것은 전세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에게 돌려받아 다시 채워진다. 다만 지금은 집주인의 통장에서 이자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현재 주식(고변동 성장주, 안정형 미국 ETF)에 있는 돈은 부담 없이 묻어두었고, 세계 증시가 심상치 않을 때 환전해둔 달러 예치금을 매도해 환차익을 톡톡히 봤다. 지금은 절약이라는 아주 중요한 재테크를 더 제대로 파고들기로 마음먹었다. 고금리의 금융 상품도 귀신같이 찾아내어 현재의 경제상황과 세계정세 흐름에 맞는 투자를 하고 있다. 비상 유동 현금도 적당히 마련해두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다. 단기, 중기, 장기 저축의 비중을 조절하며 자산을 비축해간다. 엉덩이가 무거워 움직이기 힘들다는 '부동'산은 앞으로 주거 면적 수요, 선호 지역 등에 따른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하락장에 들어설 것으로 판단해 사전청약조차도 보수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세상에서 나름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스스로를 격려하는 한편, 담담한 척 글을 써 내려가지만 현재와 미래의 비중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답 없는 고민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나날이다. 당장 기후 위기, 전쟁으로부터의 나비효과만 생각해도 끔찍하리만큼 유기적인 지구촌 생태계는 앞날이 캄캄하다. 그 와중에 현재의 나를 조금 떼어, 흐릿한 미래의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닥친 현실에 최선을 다하여 고민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