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번아웃 증후군(소진 증후군)이 찾아온 것 같다. 다큐에서 나오듯 번아웃 증후군은 실제 의학용어다. 그냥 심신이 지친 상태가 아니라 뇌에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남들보다 매우 적게 분비되는 상태가 나타나는 것이 번아웃 증후군의 특징이다. 뇌과학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무기력이 찾아온다. 영상의 주인공들과 번아웃 증후군의 사례들은 대부분 책임감 강한 완벽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나다.
지금 내 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기력하다. 겉으로 보기엔 고요해보이나, 속은 침전되어 있다. 무얼 해도 즐겁지가 않다. 직장 내에서 나의 전문성을 키워서 외부 강의를 하겠다는 목표도 최근에 이루었으나, 이렇게 해서 부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과연 내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돌아보게 된다. 처음 강의를 하는 달이다보니 강의 전후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자연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지친다. 그 외에는 모든 일정을 최소화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언제나 갈망하던 혼자만의 시간이지만, 지금은 그 시간에 무얼 해야할지 조금 뒤척인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그렇다고 누워서 유투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일마저 내게는 비생산적인 시간이라 여겨져 스트레스다. 누군가 이런 상태를 보면 참 피곤하게 산다며 안타까워할 일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전에 좋아하던 운동을 한다. 하지만, 입맛이 없어서 잘 챙겨먹지 않다보니 운동 전후로 몸이 회복을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지만, 공교롭게도 자꾸만 책 선정에 실패한다. 매주 나가던 독서모임은 쉬고 있다. 4인 이상이 모이면 에너지가 급속도로 소진되는 탓에 나름의 브레이크를 걸었다.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것도 부르는 약속 외에는 최소화하고 있다. 부르는 약속마저 응하지 않는 것도 많다.
무얼 위해 지금 일을 하고 있으며, 무얼 위해 돈을 벌고, 무얼 꿈꾸며, 무얼 찾으려 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