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아무튼, 메모>를 보고 고전을 읽겠노라 마음먹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펼쳤다가 접었었다. 그리고 집어 든 책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다. 이북리더기로 읽으니 페이지 수가 그리 많게 느껴지지 않았고 며칠 걸리지 않아 다 읽었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서술이 꽤 흡입력이 있었다.
이방인의 주인공은 무던하고, 무신경하다. 그렇다고 아둔한 것은 아니지만 약삭빠르지도 않다. 그의 특징은 자신이 가진 삶과 맥락을 반추하지 않는 것이다. 무지성이나 무사유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세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도 없다. 성찰과 사유는 주인공이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행위 중 하나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사유없이 살아가는 그는 어머니의 죽음도,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리와의 사랑도, 우정도, 연민도, 죄책감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얼핏, 얼핏 이것들을 느낄 찰나가 조금씩 보이는 듯했으나, 그는 이미 사형수다.
온갖 외부 세계와 타인의 돌기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로선, 주인공의 삶의 태도가 부럽기도 했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내키지 않는 일은 죽음이 눈앞에 놓여도 하지 않으며, 귀찮다 여겨지는 일 또한 절대 떠맡지 않는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그의 내면은 법정의 모든 배심원들이 어머니를 내친 냉혈한이라 손가락질 한들 흔들리지 않았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렇게 느껴 마땅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워낙 유명해서 많은 서평들이 있지만 구태여 찾아 읽진 않았다. 내가 고전문학에 조예가 없지만 야트막한 감상이라도 내 것을 남겨야 의미가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