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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Dec 19. 2022

남동생과 함께 살기로 했다.


11월 30일 수요일, 남동생과 함께 지원했던 행복주택에 나와 동생 모두 나란히 떨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자취방에서 같이 당첨 결과를 확인했으나, 예비번호도 받지 못한 채로 처연히 탈락했다. 저렴한 월세로 좋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부푼 꿈이 날아가버린 우리 남매는 낙심했다. 그리고 그 주 일요일에 다시 나의 자취방에 모여서 미래를 논하기 시작헸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불만을 공유했다. 나와 동생은 3분 거리에 위치한 각자의 자취방에 갖가지 이유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행복주택은 아닐지라도 좋은 집으로 각자 이사를 갈 곳을 물색해보자며 부동산 어플을 한참 뒤졌다. 그러나, 좋은 집은 당연히 우리의 지금 소득으로는 가기 힘들었다. 월 저축액을 폭삭 줄여야만 좋은 집에 살 수 있는데, 우리에겐 차곡하게 쌓아 대비해야만 하는 미래가 있었기에 저축액을 줄일 순 없었다. 또다시 막다른 길이었다. 그때, 내가 제안했다.


"우리 같이 살까?"


같이 살면 한 세대의 경제 인구가 둘이 된다. 집 값을 나누어 내니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집보다 훨씬 좋은 집들이 선택지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나는 4년간 혼자 살며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마침 가족이 그립기 시잘할 때였다. 동생도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요일 저녁 침대에 누워서 내린 남매의 합가 결정은 곧잘 실행으로 옮겨진다. 부동산 어플을 한껏 뒤져 찾아낸 깨끗하고 주차 공간이 마련된 집을 다음날인 월요일에 바로 보러 갔다. 나는 출근을 하고, 택배 일이 조금 한가한 월요일에 동생이 짬을 내어 집을 보러 갔다. 사진과 똑같은 집의 실물을 보고 동생은 나에게 집의 영상을 전달했고, 우리는 저녁에 또 집을 보러 온다는 손님이 있어 혹여나 그 사람들이 채갈까 약간은 떠밀려서 곧장 가계약금을 입금했다. 나는 그 집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동생의 말을 듣고 바로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5일 뒤인 토요일에 본계약을 진행했다. 부모님 없이 거금의 집계약을 진행하려니 어깨가 너무 무겁고, 마음이 항상 답답했다. 또 본계약 후에 곧장 은행 심사를 받기 위하여 일주일 동안 은행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정말 과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내가 아닌 동생이 대출 심사를 받기 때문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동생은 택배일을 하는 와중에 퇴근이 조금 늦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은행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은행을 두 번 가게 할 수는 없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서류를 모조리 준비해서 챙겨 보냈다. 이사 갈 집을 계약하고, 내놓은 현재 나의 전셋집이 하루 만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바람에 나는 이 대출이 거절되면 길바닥에 나앉게 될 상황이었다. 은행 심사 결과가 나기까지 일주일 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기쁘게도 은행 심사가 승인되어, 지금은 이삿날을 기다리며 짐을 차차 버리고, 싸고 있다. 동생이랑 세탁기와 건조기 세트 타워도 구매했다. 나는 동생과 살게 된 것이 기쁘다. 나와 동생 모두 혼자 사는 삶에 너무도 만족하는 이들이라 같이 산다는 것에 걱정이 있으나, 또 언제 우리가 같이 살아보겠냐며 결론을 짓는다. 즐거울 것 같다. 동생과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내가 집에서 혼자 잠식되어 있어야만 했던 시간들에서 나를 꺼내 주리라 믿는다. 우리가 함께 산다는 결정을 내리고 대출부터 집 계약까지 마치고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엄마는 남매의 합가 이야기를 듣고 우신다. 둘이 떨어져 사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면서 이런 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다며 연신 우신다. 아빠도 격양된 목소리로 잘됐다는 말을 연거푸하신다. 언젠가 우리 가족이 모두 지척에 모여사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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