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랜만에 소설책을 찾아 읽었다. 그것도 내 독서 인생에서 가장 먼발치에 있는 SF소설로 말이다. 글쎄 요즘엔 책 표지들이 너무도 매력적이다. 도서 판매 마케팅의 많은 부분이 표지의 일러스트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 또한 표지에 매료되어 SF 소설책을 덥석 집었다. 그나마 환경과 관련된 소설이라 손이 더 갔던 것도 있다.
✔ 현재와 과거 시점을 오가는 플롯을 가진 <지구 끝의 온실>은 마냥 픽션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과거 '더스트 폴'이라는 먼지 폭풍, 재앙이 닥친 이후 인류는 더스트를 막을 수 있는 '돔'을 만들고 처절하게 살았다.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내성종'들은 잡혀가거나 내성종끼리의 분란에서 살해되는 경우도 많았으며, 그들뿐 아니라 돔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생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 재앙 속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자매, 그리고 재앙에서 더스트를 막는 식물을 발견해 낸 식물학자, 그들이 속한 프림빌리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 각각의 진솔한 이야기는 책에서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렇게 구원된 현재의 인류에서의 주인공이 과거 프림빌리지에서 있던 일들을 밝혀내고 꽤 오래 묻혀있던 인간의 유대와 희망을 찾아낸다.
✔ 소름 끼치게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다. 나에게 전율을 선사한 소설책은 아직 없다. 그래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냉하고 지루한 서평 같지만 내가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꽤나 큰 움직임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현실에 파묻힐수록 비현실과 낭만에 나의 관심을 돌리려는 노력을 해야 다시 수면 위로, 지면 위로 빠져나올 수 있다. 이 책은 그 반증이다.